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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실덩실 내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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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실덩실 내 이름
  • 전진영 달님그림책연구소장
  • 승인 2022.08.28 08:1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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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 35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소중애 글, 이승현 그림/ 비룡소

고등학교 때 유독 제 이름이 딱딱하게 느껴졌습니다. ‘ᄂ’이 두 번이나 들어서 여유 없는 제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갑갑했습니다. 내가 내 이름을 짓는다면 ‘주’자를 넣고 싶었습니다. 같은 반에 제 이름과 한 글자 다른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 이름에 ‘주’자가 들어갔습니다. 그 아이는 키도 크고 날씬하고 참 예뻤습니다.

영감님은 환갑이라는 늦은 나이에 자식이 생깁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 주고 싶은 마음 가득합니다. 영감님은 여러 사람을 만납니다. 스님은 목숨이 끝나지 않는 ‘수한무’라는 이름을 알려줍니다. 선비는 거북이, 농부는 두루미, 훈장님은 환갑을 삼천 번 지낸 사람 ‘삼천갑자 동방삭’을 알려줍니다. 영감님은 아들 이름을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으로 지어버립니다. 줄여도 안 되고 대충 불러도 안 된다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영감님의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주’자가 들어간 이름, 주영이를 닮고 싶어한 제가 보였습니다. 영감님은 단 하나라도 뺄 수 없을 만큼 자식 사랑이 지나쳤습니다. 긴 이름으로 아들을 잃을 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영감님은 자식 사랑이 과한 본인을 깨닫습니다.

‘팥죽할멈과 호랑이’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처럼 같은 옛이야기를 여러 출판사에서 만들기도 하는데 김수한무이야기는 예외입니다. ‘소중애’만큼 탁월한 이름을 가진 글 작가를 만나지 못해서인가 봅니다. 소중애 글 작가는 본인 이름에 만족합니다. 의미 있는 발음으로 외우기도 쉽습니다.

이 그림책을 다 읽고 앞표지를 보며 느낀 점을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말하더군요. “왜 김수한무 글자만 큰지 알겠어요.” 이야기를 다 아는 것 같지만, 모르고 있는 김수한무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소중애 글 작가의 맛깔나는 글도 일품이고, 이승현 그림작가의 개성 담긴 그림도 아주 재밌습니다. 등장인물이 살아서 춤을 춥니다. 주인공 이름을 리듬감 있게 불러 보세요. 덩달아 내 이름도 덩실덩실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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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경아 2022-08-29 20:33:41
그저 오래 살으라고 지어진 이름인줄 알았는데 이런 속사정이 있었네요.. 이름에 부모의 사랑이 담겨있다는것에 공감하며 재미있는 그림책을 읽고 싶네요^^

유혜린 2022-08-29 10:24:56
참재미있는 책이에요~^^ 저도 갖고있는데요 부모가 아이를 얻은 기쁨을 나타내주어 좋았고 이름이 부모의 사랑이라는것을 생각해보는 좋은 내용이 좋고 재미난 그림도 좋답니다

안혜련 2022-08-29 09:22:01
이름은 그 사람을 나터내는 아주 큰 대표성을 가진 힘이 있는것 같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이름을 알고나면 그사람과 그의 이름이 제법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가치를 지닌 얼굴만큼이나 이름도 참 그렇더군요. 같은 이름이어도 생김과 느낌 이미지가 달라도 자꾸 반복해 부르다보면 그 이름은 마치 그가되어 내게 다가와 콕 박히는듯 합니다. 나의 이름을 나직히 불러봅니다. 우리 아이의 이름도 불러봅니다.
다정하고 사랑스럽게~~ 마음을 담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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