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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퇴근으로 일상에서 여행의 기쁨을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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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출퇴근으로 일상에서 여행의 기쁨을 느껴보세요!
  • 강상규 수의사
  • 승인 2022.07.18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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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하다 9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만난 무지개. 인생 최고의 무지개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자전거 출퇴근은 항상 새로운 풍경을 만나게 하는 즐거움을 준다.
퇴근길 홍성읍 내법리 하수종말처리장 인근에서 만난 풍경. 푸른 하늘과 구름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다. 현재 이 다리는 없어졌다.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드는 생각. ‘아~출근하기 싫다.’ 혹시 저만 그런가요? 흔히들 얘기하는 ‘월요병’을 저도 거의 매주 월요일마다 앓곤 한답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증상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걸로 거의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 중에 하나가 바로 ‘일상의 소중함’이 아니었을까요? 특별한 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평범하게 살아온 일상 자체가 가장 특별하다는 것을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제약이 되면서 비로소 깨닫게 되었던 것이지요. 요즘 여러분들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하루하루 일상을 감사하며 즐겁게 보내고 계신가요? 저에게는 소중하지만 남들 보기엔 전혀 흥미롭지 않은 저의 일상 속으로 잠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따로 알람을 설정해 놓지 않아도 오전 7시 무렵 잠에서 깨어 일어납니다. 사실 눈이 떠지는 건 더 일찍이지만 침대에서 뭉그적거리며 게으름 피우는 즐거움을 만끽하다 보면 7시가 됩니다. 아내가 아침밥을 준비하는 분주한 부엌소리를 알람 삼아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지요.

아이들도 일어나서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학교 갈 준비를 할 때입니다. 저도 나름 출근 준비를 하고 식탁에 앉으면 그때부턴 중3 딸아이의 지난밤 꿈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가족과의 아침시간을 갖습니다. 현관 안에 세워 져 있는 자전거 가방에 업무용 노트북을 넣고, 물통에 하루 동안 마실 물을 담아 자전거 프레임에 꽂아 넣습니다.

아이들 등교와 서로 순서가 바뀌기도 하지만 보통은 제가 먼저 현관문을 나섭니다. 문 앞에서 아내와 아이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말이지요. 자전거에 올라타기 전에 스마트폰의 GPS 자전거앱을 켭니다. 굳이 앱을 이용할 필요는 없긴 하지만 하다 보니 그냥 습관처럼 자전거를 탄 기록을 남기게 되더군요.

천천히 페달을 밟고 출발을 합니다. 동네의 초·중·고 아이들이 활기차게 등교하는 모습을 구경하며 주택가 외곽으로 빠져나갑니다. 도로 옆 자전거길로 진입을 하면 그다음엔 클래식FM 라디오를 켭니다. 아침시간에는 보통 경쾌한 클래식 음악을 흘러나와 출근길의 무거운 몸과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답니다.

퇴근을 하다 홍북읍 용산리 인근에서 만난 일몰. 멀리 내포신도시와 용봉산이 보인다.  
엊그제 모내기를 한 것 같은데 벌써 뿌리를 굳건히 내리고 벼가 튼실하게 자라고 있다. 매일매일 새로움의 연속이다. 

매일 새로운 풍경이 반가운 인사를

출퇴근 차량들로 붐비는 도로 주변 길을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서면 긴장된 마음이 한결 더 편하게 놓이면서 휘파람을 불기도 하며 매일 보지만, 매일 새로운 반가운 풍경들에 눈인사를 하지요. 그때부터 저의 동화같은(?) 출근길 자전거여행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겁니다.

하늘의 구름을 감상하기도 하고, 사계절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논밭의 풍경을 가슴 벅차게 바라보기도 하고, 조잘대며 날아다니는 참새들과 논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 백로와 왜가리들도 구경합니다. 이러한 풍경들을 걸음보단 빠르고 차보다는 느린 속도의 자전거 위에서 보는 것은 색다른 시선과 감성을 선물해줍니다.

제가 아침 출근길에 하루를 살아갈 심리적 에너지를 충전받는 것은 위에 언급한 시골적인 풍경들과 더불어 바로 온몸으로 느껴지며 귓가에 기분 좋은 소리로 들려지는 바람을 통해서입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사진에 담을 수도 없지만 자전거를 타고 달릴 때 가장 강력하게 ‘느껴지는’ 매력적인 요소 중의 하나랍니다.

맞바람이 되어 자전거를 힘겹게 타게 할 수도 있고, 뒷바람이 되어 페달을 굴리는 걸 가볍게 만들어주기도 하지요. 요즘 같은 때에 바람이 불면 어지간히 푸르러지게 자란 논을 춤추게 하여 마치 바람이 논 위를 요리조리 제비처럼 돌아다니는 재미난 상상도 하게 하지요. 제가 큰 도시에 살아도 자전거 출근을 했겠지만 아마 홍성에서처럼 목가적인 풍경을 달리는 경험은 못했겠지요.

하지만 도시였더라도 자전거 위에서 만들어지고 느껴지는 바람의 매력 때문에 자전거 출근을 했을 겁니다. 변화무쌍한 바람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 저에게 항상 뭐라 뭐라 귓속말로 간드러지게 이야기를 하는 듯 하거는요. ‘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하다’라는 표현을 하게 된 것도 모두 바람 덕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아무튼 저는 아침에 10~15km의 자전거 출근길 여행을 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일과를 보내고 나서 퇴근시간이 되면 출근 때보다 몇 배는 더 여유로운 기분으로 한 시간 동안의 퇴근길 자전거여행을 합니다. 저녁의 하늘빛과 공기는 아침의 그것들과는 정말 사뭇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아마도 일터로 가는 게 아니라 집으로 돌아간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기 때문에 퇴근시간의 자전거여행이 더 여유롭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 퇴근길에 제 인생 최고의 무지개를 만났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누군가 저를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 거 있죠.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커다란 무지개 기둥이 땅위에서 솟아올라 있었습니다. 일곱 빛깔이 너무나 선명하고 굵은 무지개 기둥이라 내심 완벽하게 펼쳐진 무지개를 기대하며 달렸는데, 제 바람이 하늘에 닿았던 걸까요, 정말 어마어마하게 완전하고 아름다운 아치형의 무지개가 눈앞에 펼쳐졌지 뭡니까.

여행의 즐거움 주는 친구같은 자전거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에 황홀함까지 느껴지면서 눈물이 울컥할 정도였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시골길 한복판이라서 자전거를 멈추고 무지개를 한참 동안 감상했어요. 장항선 기차가 무지개 아래로 지나가는 그림같은 모습도 봤지요. 그 순간 그 곳에 자전거와 함께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좋았어요. 잠시 후 무지개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만 정말 긴 여운이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홍성읍 내법리 하수종말처리장 옆 메타세콰이어길은 이국적인 풍경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늘로 길게 뻗은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저는 일상을 여행하는 느낌으로 지내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여러 가지 일상의 단편 시간 중에서 특히 출근길과 퇴근길을 여행길이 되게끔 만들고 싶었어요. 그리고 그렇게 매일 아침저녁으로 ‘자전거여행’을 한다고 생각했더니 정말 그 생각대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똑같이 누리고 있더란 말이지요. 단순히 출퇴근 이동수단으로의 자전거가 아니라, 일상 여행의 정말 좋은 친구 같은 자전거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저는 일상과는 구분되었던 자전거여행에 대해 몇 차례 말씀드렸었고 몇몇 분들은 제 부족한 글에도 동기부여를 받으셔서 제주도 자전거여행도 다녀왔노라 하시는 이야기도 전해들었습니다. 사실 참 뿌듯했습니다. 이번에는 일상 속에서의특별함을 자전거와 함께 경험해 보시라는 말씀을 심심하게 전해드립니다.

그냥 지금 모습 그대로 내 삶의 루틴 속에서 자전거와 함께 하는 생활 자전거여행. 자전거 출퇴근이 안 된다는 수많은 이유들을 물리치고 일주일에 1~2회라도 자전거 출퇴근 여행을 기획하고 떠나보는 ‘생활 자전거여행가’가 되어보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고유가 시대에 자전거는 최고의 출퇴근 파트너가 되어줄 겁니다. 자전거가 인생에게 말합니다. ‘떠나고 돌아오는 게 여행이라면, 출퇴근여행만한 것도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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