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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의 기술과 추앙의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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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의 기술과 추앙의 쾌감
  • 김미경 청운대 교수
  • 승인 2022.07.18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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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조직에서 살아남게 될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당신은 어떤 해답을 제시할 것인지 생각해 보라. 어떤 사람은 ‘전문성’이라고 할 것이고, 어떤 사람은 ‘학벌’이라고 말할 것이고 또는 ‘인맥’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의외의 지표는 ‘아부’이다. ‘아부’가 ‘추앙’의 격으로 실현돼 권력자의 순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면, 조직의 둑은 어디에서 세는지 모르게 무너져 내리게 될 것이다.

‘남의 비위를 맞추어 알랑거리는’ 아부를 경력관리의 핵심역량으로 무장한 사람은 이미 고수의 경지에 올라 과학적이고 구조적이며 심리적이다. 고수의 ‘아부’는 직접적이지 않다. 남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곧바로 알랑거릴 수도 있겠지만, 전문가 집단에서 효능감이 약하다. 그래서 아부의 고수는 소속 집단별 ‘아부’의 방법론을 차별적으로 적용한다.

지식인 집단의 ‘아부’는 세련된 수사를 갖는다. 직접적이며 호사스러운 알랑거림보다는 스스로를 낮추며 상대를 높여 그 존재감을 추앙해 주는 고도의 테크닉을 갖는다. 불완전한 인간의 자존감을 높이고 상대적 우열을 직관적으로 상기시킴으로써 사랑을 얻어내고 이익을 취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그들의 찬사와 추앙은 너무 생명력이 짧아 이득을 얻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해 있다.

고수에게 아부의 대상을 선택하는 것은 더욱 신중하다. 최고 권력자에게 직접적으로 아부를 할 것인지와 권력자의 측근에게 아부를 할 것인지를 선별한다. 이득을 위해 측근의 마음을 흔들어 권력자를 움직이게 한다. 쓰리쿠션으로 때리는 볼의 각이 잘 잡히면 역학의 힘은 커질 수도 있다.

그래서 아부의 고수는 효능감이 높은 사람을 제 1구로 잡고 각도의 힘으로 권력자를 움직이게 한다. 아부의 고수는 아부뿐만 아니라 남을 공격할 때에도 스스로 하지 않는다. 자기 대신 거친 말을 하도록 오랫동안 대리인들을 포섭한다. 회의 자리에서 고수가 던진 의제를 받아 충성스러운 ‘등 긁기’를 할 만한 순진한 대리인들이 각을 잡아 방어하게 만들기도 한다.

사회적인 역량으로 ‘아부’는 필수불가결한 기능이다. ‘아부’에 대한 부정적인 설명이 부정적인 태도를 갖게 하지만, ‘아부’는 사회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 관계 속에서 이득을 만들어가는 현대 사회에서 ‘아부’의 능력은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아부를 삶의 지렛대로 삼고 있는 사람은 ‘아부’를 종합예술로 승화시킨다.

‘알랑거림’은 ‘숭배’의 진정성으로 승화되어 결정권자의 눈을 흐리게 한다. 그러나 ‘추앙’의 쾌감으로 한 결정은 조직의 둑을 무너지게 한다. 어떤 조직이든 전문적 능력으로 신실하게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 그 조직을 지킨다.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산을 옮기듯이 신실한 그들이 진정으로 조직의 생명을 연장시킨다. 그래서 우직하고 성실한 이들을 근본으로 삼지 않는 조직은 운명적으로 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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