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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기 어려운 독거노인 문제, 관건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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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기 어려운 독거노인 문제, 관건은 ‘관심’
  • 최기주 기자
  • 승인 2022.07.0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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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홍성의 독거노인③
독거노인 문제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적극적 관심이 절실하다고 한다.
경로당에서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한데 모일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사진=홍성군

사각지대 발굴, 주민들 적극적 관심 필요

지난달 22일, 광천읍행정복지센터 복지 담당자와 동행해서 홀로 살고 있는 김옥현 할머니의 집에 방문했다. 집에 들어서자 텔레비전 보고 있는 김 씨가 있었다. 텔레비전 앞에는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었다.

김 씨는 어렸을 적 소아마비로 인해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였다. 더군다나 당뇨까지 생겨 반대쪽 발도 퉁퉁 부어 전동 휠체어가 없으면 외출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아들도 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한 상태라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라 한다.

김 씨는 “요새 왼쪽 눈도 잘 안 보이고 소화도 안 돼 밥도 겨우 먹는 상황이다. 밥보다 먹는 약이 더 많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자기가 먹는 약을 보여줬다. 바구니 안에는 소화제, 당뇨약 등을 포함하여 수십 가지의 약봉지가 가득했다.

이어 김 씨는 “외출에도 불편함을 겪고 있다. 친구도 없어 대화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가끔 면사무소나 요양보호사가 오면 반갑다”라며 “외출은 주 1회에서 2회 정도 하는데 사고 날까 무서워 잘 나가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현장에 동행했던 광천읍 복지 담당자는 “김 할머니도 현재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계실테지만, 아직 전국 곳곳에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일일이 찾아내기엔 여력 상 어려움이 있지만, 광천에서는 필락 봉사단의 도움으로 사각지대 발굴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광천읍에서는 필락(Feel-樂) 시니어봉사단이 독거노인 및 사각지대 발굴에 힘쓰고 있다. 봉사단은 광천 내 마을 곳곳에 혼자 세탁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찾아가 이불을 수거하고 세탁하여 배달해 주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필락봉사단 이준순 단장은 “이불 빨래 봉사가 단순한 봉사 활동이 아닌, 사각지대 발굴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라며 “봉사하는 마을에 연락을 드리면 이장님이나 주민분들이 이웃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생기는 것 같다. 그렇게 연락이 닿아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광천읍 복지 담당자는 “힘들게 사시더라도 자녀분들에게 재산이 잡혀있으면 여러 복지 서비스에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복지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계실 것”이라며 “지역 주민 분들의 관심이 모아진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군 노인종합복지관 황아름 팀장은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은 대게 자녀분들이 재산이 있거나 대대로 물려받은 땅이 있으신 분들이다. 한 끼 해결하기 힘든 상황임에도 재산 때문에 혜택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라며 “이런 상황을 점차 줄여 나가는 것이 복지 사각지대 해결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독거노인들은 대중교통을 활용하는데에도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중교통 여건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통 불편한데 뿔뿔히 흩어진 시설들

나이가 들면 행동반경도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곳저곳 다니기엔 체력도, 몸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홀로 살 경우에는 마땅히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어 어려움이 더 큰 문제로 작용한다. 이런 어려움에도 노인들은 병원과 복지시설에 방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힘든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

홍성군에는 웬만한 의료시설이나 복지 기관들이 홍성읍에 몰려있는 상태다. 홍성읍과 떨어진 면지역에 사는 노인들은 읍내에 나갈 일이 있을 때마다 하루 종일 걸린다며 고충을 내뱉었다.

갈산면 주민 고영희 씨는 “내가 사는 곳은 외져서 홍성읍으로 가는 버스가 하루 한 대씩 온다. 기다리는 시간도 길고 가는 시간도 길다”라며 “이마저도 놓치면 택시를 타고 가야하는데 그 것도 나름대로 부담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성군에서는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면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위해 ‘마중버스’를 시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마중버스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갈산면 고영희 씨는 “마중버스가 없는 것 보단 낫겠지만, 호출하면 최소 40분이다. 어쩔 땐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갈산 신곡마을 이성엽 이장은 “만약 비나 눈이 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택시도 안 잡히면 옴짝달싹 못한다”며 “홍성군 면 지역에는 대중교통 여건이 좋지 못한 곳들이 많다. 이런 부분들은 군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노인들은 하루 종일 걸리더라도 병원이나 복지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선 홍성읍으로 와야 한다. 하지만 읍내에서 병원도 들리고, 복지 시설도 들리기엔 거리가 있어 읍에 도착해서도 많은 일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홍성터미널을 기점으로 병원이 모여 있는 홍성읍 하나빌딩까지는 약 1km다. 대한노인회까지는 1.6km이고 노인종합복지관까지는 2.5km, 사회복지관까지는 2km가량 된다. 일반 성인이라면 30분 내로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큰 모험이다.

노인종합복지관 황아름 팀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병원이나 복지시설에 주로 방문하실 텐데 시설과 시설 간 거리가 있어 오고가기 쉽게 만들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황 팀장의 말에 따르면, 충북 진천군의 경우 터미널 주위로 복지 시설과 보건소, 병원이 있어 어떤 시설을 가든 짧은 시간 내 용이하게 오고갈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홍성군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있어 아쉽다고 이야기했다.

대한노인회 홍성군지회 조화원 지회장은 “교통약자인 노인들이 쉽게 오고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 큰 아쉬움이 남아있다. 복지 시설과 보건소, 병원, 터미널 등이 한데 갖춰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노인회에 방문하는 노인들도 대중교통에 대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어떤 정책으로 문제가 당장 해결되진 않겠지만 관심이 필요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마을에서의 작은 관심에서 노인 돌봄이 시작될 수 있다. 갈산면 신곡마을에서는 마을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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