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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91> “그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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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91> “그머리”
  • 홍성신문
  • 승인 2022.06.2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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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이니: 자네 논에는 웬느므 그머리가 그렇게 많은겨, 오치게 품앗이 헐 맛이 안나네. 안그려?

-저니: 걱정말구 어여 들와서 벼즘 언능 일쎠 봐. 그머리 다닥 다닥 붙어두 다 뗘 줄테니께.

<그머리>는 ‘거머리’를 말한다. 시골 동네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게 표현되는데, ‘그마리, 금자리, 금저리’라고도 한다. 대부분의 거머리는 사람을 포함하여 다른 동물들에 일시적으로 들러붙어 피를 빨아먹고 사는 기생 동물이다. 척추동물의 숙주에 붙어서 피부를 물어뜯은 다음 많은 양의 피를 빨아먹는데 심한 경우 자기 몸무게의 10배까지도 흡혈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담수나 습지에 서식하는 거머리는 논에서도 많이 볼 수 있으며 모내기를 하거나, 피를 뽑거나, 태풍에 쓰러진 벼를 세울 때 주로 물린다. 부드러운 논바닥에 바지를 걷어붙이고 맨발로 다니다 종아리에 따끔한 느낌이 든다면, 손가락만한 거머리가 이미 착 붙어있을 확률이 높다. ‘나이롱 스타킹’을 신으면 거머리가 덜 붙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옛날이야기다. 지금은 기계화 영농으로 논에 맨발로 들어갈 일도 거의 없어졌고, 제초제와 농약 등쌀에 징그러운 ‘그머리’도 많이 사라졌다. 찰딱 붙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 ‘찰거머리’도 있는데 사람에 비유하게 되면, 착취하는 상태가 매우 모질고 끈덕진 사람을 냉소적으로 이르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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