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작은 거인, 전국을 들어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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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작은 거인, 전국을 들어올리다
  • 최기주 기자
  • 승인 2022.06.1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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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소년체천 은메달 차지한 홍주중 박산해 선수
홍성 역도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박산해(가운데) 선수의 모습. 어머니 박수현(왼쪽) 선수를 따라 왔다가 우연한 계기로 최인규 감독(오른쪽)과 연이 닿아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바벨을 들어올리기 전 집중하고 있는 박산해 선수의 모습.
바를 높게 들어올린 박산해 선수의 모습. 자기 기록을 갱신할 때 가장 뿌듯하다고 한다.

학생 역도팀이 없는 홍성군에 이변이 발생했다. 홍주중학교 1학년 박산해 선수가 제51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은메달 1개·동매달 1개를 목에 걸었다. 현재 홍성군에는 장애인체육회 역도팀을 제외하고는 선수를 육성할 수 있는 곳이 없는 상황임에도 박 선수는 전국 무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냈다. 박 선수는 “기존 기록만 갱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출전했는데, 메달을 따게 되어 얼떨떨하다”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세계 무대로 나가보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엄마 따라 시작한 역도… 기록 갱신마다 뿌듯해

박 선수가 처음 역도를 접한 건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일이다. 현재 장애인 역도 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어머니 박수현 선수의 손을 잡고 센터에 오게 됐다. 장애인체육회에서 역도를 지도하고 있는 최인규 감독도 이 때의 일이 생생하다고 한다. 최 감독은 “당시 코로나19 때문에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었다. 박수현 선수의 경우 아들이 둘 있는데, 훈련 때면 아들들이 혼자 있어야 해서 같이 오게 됐다”고 기억을 회상했다.

그렇게 산해 선수가 처음 역도장에 발을 들이게 됐고 다른 선수들 훈련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만 놀게 했다. 그러다 우연히 최 감독은 박 선수에게 가벼운 목봉으로 역도 자세를 시켜보았고, 자세도 잘 소화하고 흥미 있어 하는 박 선수가 돋보였다고 한다.

최 감독은 역도에 임하는 박 선수의 진지한 눈빛을 놓치지 않았다. 그 뒤로 박 선수에게 본격적으로 운동을 해 보자고 제안했고 박 선수도 흔쾌히 수락하여 인연이 닿게 됐다. 그렇게 홍성군장애인스포츠센터 한편에 위치한 역도장에서 산해 선수의 훈련이 시작됐다.

역도라는 종목은 일반인이 보기에 단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선수가 봉을 들어 올리는 과정 속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다. 성공시켜야 한다는 부담감,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고도의 집중력 등은 기본이며 효율적인 힘 분배와 신체 밸런스를 잡기 위한 기술 등등, 그 순간의 사이에는 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간다. 물론, 기록을 갱신 시켰을 때 가장 빛나는 건 그 과정까지 다다를 수 있게 한 선수의 피와 땀이다.

박 선수도 역도에 이런저런 매력이 있어 빠지게 됐고, 역도 자체가 너무나도 즐겁다고 한다. 박 선수는 “가장 즐거울 때는 기존 기록을 갱신할 때다. 점점 발전하는 기분이 들어 바벨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 체력 훈련이 힘들기는 해도 더 열심히 해야 잘해질 수 있으니까 참아가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성 역도 역사의 시작… 발걸음 마다 최초 될 것

박 선수는 첫 전국대회에서 은1·동1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남자16세이하부 55kg체급에 출전했으며, 인상·용상 부문에 참가했다. 인상에서는 78kg를 들어올려 은메달을 따내고 인상과 용상 기록을 합한 합계 부문에서는 166kg를 기록해 동메달을 들어올렸다. 용상에서는 88kg를 기록했으며 92kg 도전에 실패했다.

박 선수의 기록은 실로 이례적이었다. 같은 체급 1위부터 5위까지의 선수들 중에 중학교 1학년은 산해 선수뿐이었다. 역도 팀도 없고 인구 10만도 안 되는 작은 군단위에서 일어난 일이니 실로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최 감독은 “역도팀이 없는 지역에서 첫 전국대회 메달이다. 앞으로 산해가 활약할 모든 발자취가 홍성 역도 역사의 시작이자 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대회 첫 출전에서 메달을 따는 게 일반적이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쉽지 않은 일이다. 첫 대회는 보통 경기장의 분위기를 훑는 정도로 끝나지만, 산해의 경우 역도 자체를 즐기며 본인이 흥미를 느끼기에 이뤄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용상에서 92kg를 들어올릴 때 파울이 있었다. 만약 파울이 안 됐다면, 용상 순위가 2위로 바뀌고 합계도 2위로 돼 은메달 3개를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첫 전국대회 메달 자체가 너무나도 값져서 내가 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박 선수 또한 첫 전국대회라 많은 긴장을 했다고 한다. 박 선수는 “사람도 많고 잘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라며 “더 잘할 수 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은 남지만, 잘 마치게 되어 너무 뿌듯했다. 당시 경기장 영상을 보면 구석에서 내내 웃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다”라며 좋아했다.

전국체전에서 경기에 임하고 있는 박산해 선수. 첫 전국대회에서 은메달 1, 동메달 1개를 들어올렸다. 사진=홍성군
전국체전에서 경기에 임하고 있는 박산해 선수. 첫 전국대회에서 은메달 1, 동메달 1개를 들어올렸다. 사진=홍성군

“같이 운동할 친구가 있었으면…”

박 선수를 만나러 지난 9일, 홍성군 장애인스포츠센터로 방문했다. 역도장 한구석에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밤톨머리에 귀여운 산해 선수가 보였다. 쑥쓰러운 인사가 오고간 후, 박 선수는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최 감독에게 음료수를 더 마셔도 되냐고 물었다.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었다. 다 네 것이니 맘껏 마시라는 최 감독의 말에 기뻐하는 모습도 돋보였다.

누가 봐도 중학교 1학년 학생의 모습이었지만, 훈련에 임하는 모습에서만큼은 진지하고 예리한 눈빛을 보였다. 티비 올림픽 중계 때 볼 수 있었던 역도 선수들의 모습과 흡사했다.

훈련을 지켜보던 최 감독은 “역도가 자기 기록과의 싸움이라지만, 산해는 항상 홀로 운동하고 있다. 스포츠는 선수들과의 유대감이나 선의의 경쟁도 필요한데, 홍성군에는 소속될 곳이 없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보통 학교 내에 운동부가 있으면 수업이 끝난 후 바로 훈련에 들어가 동선도 절약되고 학교에서 보는 친구들끼리 잘 어울릴 수 있어 또래 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여 운동팀이 꾸려져 관리를 받는 것이 유리한 실정이다. 역도 팀이 없는 산해 선수는 매일 학교 수업이 끝난 후 장애인스포츠센터까지 자전거로 오고다니는 중이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역도장도 장애인 선수단이 사용 중인 공간이라 훈련이 겹칠 때면 부대낄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 선수의 소망은 같이 운동할 친구가 생기는 것이다. 주로 홀로 운동해야 해서 외로울 때가 많다고 한다. 박 선수는 “같이 운동에 대해 얘기하고 역도를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혼자 하니 심심할 때도 많다. 체육회 안에서 많은 형·누나들이 예뻐해 줘서 좋긴 하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같이 운동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앞으로 지금처럼 열심히 해서 2032년 호주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인 박수현 선수의 바람도 들어보았다. 박수현 선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운동도 스스로 좋아하고 잘 해서 뿌듯하지만, 무엇보다 다치치 않고 건강했으면 한다”라며 “내가 다리가 불편해서 자식들이 아플 때 빠르게 대처하기가 힘들다. 때론 걱정이 앞설 때도 있기에 그저 건강하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인규 감독의 바람은 산해 선수와 비슷한 맥락이었다. 최 감독은 “무엇보다 같이 경쟁할 또래 친구가 필요하다. 나도 역도에 즐거워하는 산해를 지도하며 많은 힘을 느낀다. 앞으로 산해가 더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다. 여러모로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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