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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그릴 수 없는 그림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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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그릴 수 없는 그림 그리고 싶다"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2.05.09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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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버닝 이환기 작가

“최근 음악 장르가 음악보다는 댄스, 의상, 헤어 스타일 등 튀는 보여 주기 위주 음악이 많았어요. 하지만 귀로 듣는 음악으로 장르가 많이 바뀌었죠. 미술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저는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아닌, 아무나 그릴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그것이 진정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드버닝으로는 저랑 비교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단점 극복하고 자신의 꿈 이루다

이환기(52) 작가는 나무, 대나무, 상아 따위 표면에 인두를 지져서 그림을 그리는 우드버닝(인두화) 작품을 주로 하고 있다. 이환기 작가는 현재 한국K-POP고인 광천고등학교 출신으로, 당시 미술학원 하나 없던 홍성에서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해 중앙대 조소과에 진학했다.

이 작가는 원래 지방대 서양학과에 진학할 예정이었으나 그에게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색을 구분하는 능력이 부족한 ‘색약’이었기 때문에 미대에 진학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이 작가는 포기하지 않고 재수를 선택해 색약도 입학할 수 있는 중앙대 조소과에 가게 됐다.

그는 홍익대학교 앞에서 25년간 미술학원 강사로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쳤다. 색약이었기 때문에 색을 사용하지 않는 소묘를 가르쳤다. 입시 과목이 아닌 소묘를 가르친 탓에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박봉이었다.

“당시 그림만 봐도 제가 그렸다는 것을 미술학원들이 다 알 정도였죠. 하지만 미술학원 홍보 그림만 그리며 강사를 하기엔 수입이 적어 이것저것 시도하게 됐습니다.”

“우드버닝은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7~8년 전 가죽 공방을 운영하다가 수강생으로 인해 우드 버닝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당시 수강생이 우드버닝 강사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약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그는 자신의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인 우드버닝에 정착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생각에 우드버닝을 선택했다고 한다. 드로잉을 위주로 했던 그는 우드버닝도 도구만 바뀐 드로잉(소묘)의 연장이라고 생각한다.

우드버닝은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많아 그림을 못 그리는 사람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드버닝은 작업 시 수정이 안 된다. 사포질이나 대패질을 해야만 수정을 할 수 있다. 이 작가는 틀리지 않고 작품을 완성하는 것에 희열을 느낀다.

“우드버닝은 취미로 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누군가는 우드버닝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보여 주고 싶어요. ‘저 정도 경지까지 있는 사람이 있다’고 보여 주고 싶습니다.”

보통은 우드버닝 작품 작업을 할 때 쉽게 구할 수 있는 합판을 사용하지만, 이 작가는 작품의 깊이감을 위해 원목만을 사용하고 있다. 원목으로는 밝고 무늬가 강하지 않은 은행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원목을 보관하기 위한 나무 창고도 자신의 자택 옆에 마련해 뒀다.

이환기 작가는 말을 배웠을 때부터 꿈이 ‘그림 그리는 사람’이었을 정도다. 그래서 이 작가를 아는 사람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모두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는 생계가 어려워 대리 운전 기사를 하고 있지만 꿈은 포기하지 않았다. 밤에는 대리 운전을 하고 남는 시간에는 작품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둔리저수지 옆 ‘사과나무 U’ 카페에서 감상할 수 있다.

“경제적인 부담감 없이 내가 좋아하는 우드버닝을 마음껏 하고 싶어요. 무료 대관이 가능한 곳에서 전시회를 진행했었는데, 기회만 된다면 더 큰 전시 공간에서 작품을 전시해 보고 싶습니다.”

이환기 작가의 작품. 현재 '사과나무 U' 카페에 전시돼 있다. 사진에 있는 작품은 이환기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환기 작가의 작품. 현재 '사과나무 U' 카페에 전시돼 있다. 사진에 있는 작품은 이환기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환기 작가 자택 옆 마련된 나무 창고. 주로 은행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광천읍 출신이지만 현재 예산군에서 지내고 있다.
이환기 작가 자택 옆 마련된 나무 창고. 주로 은행나무를 사용하고 있다. 광천읍 출신이지만 현재 예산군에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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