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설렘과 기다림
상태바
설렘과 기다림
  • 홍성신문
  • 승인 2022.05.02 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헌 홍성예총 지회장

설렘과 기다림은 우리들에게 항상 기대와 희망의 메시지이다. ‘설레다’의 사전적 의미는 ‘들떠서 두근거리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자꾸 움직이다’ 뜻이다. 소풍을 가기 전날 내일의 기대로 잠 못 이룬다. 운동회 전날 역시 비가 올까봐 밤중에 밖에 나가 하늘을 바라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면 어느 나라로 여행을 갈까, 주제를 무엇으로 잡을까 설렌다. 농부가 씨앗을 파종하고 올해는 얼마나 수확을 할지 설렘에 함박웃음을 짓는다.

식물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면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비바람이 불어 예쁜 꽃잎이 져 꽃비가 내리면 더 오래도록 아름다움을 뽐내고 싶지만 사람들이 아쉬워할까 아님 눈송이처럼 날리는 낙화를 보며 기뻐할까 꽃도 느낄까?

얼마 전 연극제에서 연극을 하는 이유를 ‘설렘’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미에 계속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대사를 외우고 동작 선을 만들어 무대에 서기 전에 야릇한 흥분과 두려움이 있다고 한다. 미팅을 하거나 선, 혹은 소개팅 약속이 있을 때면 어떤 사람이 나올까, 무슨 옷을 입을까, 맨 처음 어떤 말을 할까 생각하며 설렘으로 기다림은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가 되어 지루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대학 여자 동기생한테 전화가 왔다. 어찌 전화번호를 알아 한번 만나자고 한다. 군대 제대 후 대학에 입학을 해 5년 아래 젊은 친구들과 같이 수업을 받았다. 남자 동기생이야 형이라고 자연스럽게 불렀지만 여자 동기생들은 아저씨란 호칭으로 지금까지 불린다. 명예퇴직을 하고 아이들도 출가해서 이제야 모든 게 한가롭다고 했다.

옆자리에 늘 앉아 있던 그녀는 내가 착각을 할 정도로 잘 대했다. 어느 날 내 교재에 흰 종이에 들어 있었다. ‘J에게’ 노래가사를 적어 준 것이다. 공부밖에 모르던 나는 가수들 노래에 관심이 없던 지라 내게 쓴 연서로 알았다. 어쩜 이렇게 글을 잘 쓰지 하면서 유명한 시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 편지 아닌 노래가사를 받고 한동안 그녀에게 빠져 있었다. 내색은 하지 않아도 한동안 내 마음 속에는 그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염색한 군복을 사철 입고 가난에 찌들어 촌티가 물씬 풍기는 나는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졸업을 하고 헤어졌다. 타 시·도에 발령받은 후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런 그녀가 만나자는 전화가 왔으니 이 나이에도 설렌다. 설렘은 연령과 남녀노소 불문인가보다. 설렘에 그녀를 만나는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