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곶감> 위기철(글), 김환영(그림), 국민서관 2004
2022년은 호랑이해입니다. 호랑이는 최상위 포식자로 용맹하면서도 민화에서는 친근합니다. 친근함이 있어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물이 되었을까요? 88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호돌이이고, 평창동계올림픽도 수호랑입니다.
호랑이는 옛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많은 호랑이 중 김환영 그림작가의 <호랑이와 곶감>을 만나 보겠습니다. 표지는 온통 호랑이 얼굴입니다. 바로 앞에서 호랑이를 보면 무서울 것이 분명한데 무섭기보단 앞으로 일어날 일이 더 궁금합니다. 면지로 넘기면 호랑이 꼬리가 보입니다. 독자는 어서 호랑이가 보고 싶습니다.
엄마와 우는 아이는 창호지에 비치는 그림자로 표현했습니다. 엄마의 입과 아이의 손가락이 과장되어 저는 이 그림이 호랑이보다 무섭습니다. 곶감에 겁먹은 호랑이 심정입니다. 어리숙한 호랑이라도 지금껏 떨군 적 없던 꼬리가 땅으로 향하고, 뱅뱅 눈동자를 보면 웃음이 납니다.
소 도둑이 담에서 뛰어내리는 그림은 간결함에도 호랑이 위에 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도망가기를 멈춘 호랑이는 노곤한 담요입니다. 토끼 꼬리가 잘려 놀란 호랑이는 네 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떨고 있습니다. 호랑이는 또 멀리 도망가고 꼬리만 보이며 끝납니다. 김환영 작가는 무서울 수 있는 호랑이를 독자에게 천천히 보입니다. 멀리 도망간 호랑이도 어느 산 속에 살아 있다는 희망을 줍니다.
찬찬히 읽고 나면 호랑이를 그리고 싶어집니다. 투명한 OHP 필름지에 매직으로 따라 그려보십시오. 다 그리면 핸드폰 손전등으로 그림 자극도 해 보세요. 굵은 선을 간직한 판화 덕분에 이야기 재현이 쉬워집니다.
저는 앞표지의 호랑이를 그리고 싶습니다. 이 호랑이는 뿔테 안경을 쓴 것 같이 눈이 도드라지고, 귀도 네 개로 보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귀신과 액운을 호랑이가 막아준다고 여겼습니다. 네 개의 눈과 귀로 잘 보고, 잘 듣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호랑이해에 호랑이가 돌림병을 잠재워 주기를 바라봅니다.
작년에 '범내려온다'노래를 아이와 즐겨들었었는데 이 노래 다시 들으며 표지에 OHP필름대고 호랑이 그림 그려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