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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아닌 피할 수 없는 갈등이 된 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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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가 아닌 피할 수 없는 갈등이 된 제사
  • 홍성신문
  • 승인 2022.01.17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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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택 명지대 교수 / 한국해주오씨대종회 회장

이러한 제사에 대한 갈등 속에 실제로 최근 2021년 5월 국가 ‘여성가족부’에서 제사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제사 폐지에 대한 의견이 과반에 가깝다.

고인의 기일(忌日)을 추모하고 기억은 하지만 일정한 형식과 예를 갖춘 전형적인 방식의 ‘제사를 지내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라는 ‘제사의 불필요’ 의견이 2000년 9월 보건사회연구원의 ‘제례와 성묘의 실태 및 의식조사’에서는 7.3%에 불과했으나 2021년 5월에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제4차 가족 실태 조사통계’에서는 45.6%에 이르렀다. 제사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일 경우에도 제사나 차례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것이 대세를 이룬다. 본 조사에 따르면 제사 존속 여부를 두고 세대 간 차이도 뚜렷하다.

지난해 추석을 맞아 ‘명절 차례에 대한 인식조사’를 블록체인 기반 온라인 여론조사를 하였는데, 조사 결과를 보면 ‘명절에 차례를 지내나?’ 질문에 △지낸다(39.5%) △간소화해서 지낸다(26.3%)로 합계 65.7%가 지내는 것으로 나타났고 △지내지 않는다(34.4%)로 답변했다. 차례를 지내지 않는 이유로는 △종교적 이유(15.3%) △간소한 명절을 보내기로(30.6%) △경제적 형편(5.%)으로 답했다.

제사의 유래를 보면 자연에 대한 제사가 차츰 자신의 조상에 대한 제사 의례로 발전하였고, 제사는 축제(祝祭)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추수가 끝나는 시절 추수 감사제, 또는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풍요로운 음식으로 씨족이나 지역 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여 한바탕 춤추고, 마시고, 먹는 축제가 제사이다. 그래서 축제(祝祭)의 제(祭)와 제사(祭祀)의 제(祭)는 같은 것이다. 조선왕조 의례 기준인 <국조오례의>에서도 제례는 길례(吉禮)의 범주에 둬 제사가 행복하고 기쁜 의식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제사의 기억은 늘 먹을 것이 많았다는 것이다. 평소에 먹기 힘든 빨갛고 하얀 사탕 과자도 있었고, 고기와 흰 쌀밥도 제사를 기다리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제삿날은 늘 고대하고 기다리던 축제일이었다. 제삿날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거렸고, 음식 냄새가 동네 사람들의 코를 찔렀으며, 제사음식은 이웃과 나누어 먹게 되니 기다리는 축제였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제사는 반대로 되어 축제가 아닌 고통의 의례로 변했다. 남자들은 바쁜 일과 속에 제사에 참여하기 위하여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야 했고, 여자들은 제수 준비에 며칠 전부터 시장을 들러 음식을 준비해야 했다.

먹을 것이 늘 풍족한 아이들에게 제사는 음식을 기다리는 의식이 아니며, 성공한 자손과 그렇지 못한 자손은 서로의 시선을 피하기 일쑤였고, 결혼 못 한 자손, 취업 못 한 자손은 친족에게 핀잔을 듣는 피하고 싶은 자리가 되었다. 남는 제사음식은 가져가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다 보니 제사는 이제 더 이상 축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갈등 과제가 된 것이다. 제사가 축제가 아니고 갈등 과제라면 인제 그만두어야 한다. 그러나 제사 문화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려면 제사를 축제로 만들어야 비로소 제사가 이 시대에 의미가 있게 될 것이다.

제사에 대한 장단점으로 단점 부정적 견해로는 신앙적 선택 문제, 너무 많은 수고, 각종 허례허식, 구시대의 규범과 현대 산업사회와 동떨어진 특성 등을 들 수 있다. 반면에 제사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는 조상의 은혜에 감사하고 조상의 덕을 기리는 아름다운 미풍양속, 가족 구성원 간의 소통과 화목의 기회, 가족사를 후손에게 전달하고 전파하며, 나의 뿌리와 정체성을 찾는 중요한 의식 등이 긍정적 견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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