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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려하며 ‘역지사지’ 실천하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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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배려하며 ‘역지사지’ 실천하는 마을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8.0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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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면 두리마을
두리마을 전경. 홍성에서 가장 외딴 곳에 있지만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기도 하다.
 두리마을 주민들이 더위를 피해 마을회관 옆 정자에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마을회관 인근에 위치한 두리마을 쓰레기 집하장. 마을 주민들은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재활용하고 있다.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

장곡면 상송리 두리마을은 홍성군에서도 손꼽히는 오지마을이었다. 과거에는 그리 멀지 않은 광천읍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주민도 있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마을의 역사는 200년 전 이득실 씨가 이곳에 내려와 정착하면서 시작했다. 마을이 외딴곳에 있는 관계로 지금도 마을에는 서로 사돈 관계로 이어진 집이 많을 정도다. 역설적이게도 외딴곳에 있어서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돼 있다.

두리마을은 과거 상중하 두리마을들이 합해져 현재의 두리마을이 됐다. 과거 상두리마을의 비탈 논들은 무성한 숲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물이 고인 습지로 남아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 자연 속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이 귀촌하려고 찾는 지역이기도 하다. 마을 이장인 최익 씨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최 이장에 따르면 현재 마을에는 73가구 13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중 30가구는 두리마을에 귀촌한 사람들이다. 지금도 10쌍의 부부가 귀촌을 위해 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도 4 ~ 5명의 마을 주민이 새롭게 들어올 예정이다.

서로 배려하는 마을 목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원주민들과 귀촌인들이 함께 어울려 사는 데는 서로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마을 훈이 ‘역지사지’이다. 구 회관 뒤에 새로 만들어진 회관의 벽 한쪽에 역지사지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있다. 글귀처럼 서로를 배려하면서 천천히 마을을 좋은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는 게 주민들의 바람이다.

마을의 역지사지는 말에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새 회관의 한쪽에는 음식을 만드는 작은 식당이 있다. 이곳은 혼자 사는 노인 20여 명에게 매월 3차례씩 100인분의 식사를 만들어 전달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새 회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2년간은 야외에 가마솥을 걸고 힘들게 음식을 준비하기도 했었다. 특히 겨울에는 추위와 싸우느라 고생이 많았다. 이렇게 두리마을 사람들이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해 식사를 만드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다. 지난 2017년 마을에서 고독사한 주민이 나왔지만 오랜 기간 이것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한 일이 있었다. 이런 뼈아픈 경험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정기적으로 독거노인들을 찾기 위한 목적도 있는 셈이다.

쓰레기 재활용하는 마을

두리마을은 마을 쓰레기 자원을 모아 재활용하는 모범마을이기도 하다. 쓰레기를 모은 것은 환경보호보다는 음식을 만들기 위한 경비를 마련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마을 쓰레기를 모으면서 점점 쓰레기는 돈이라는 인식이 주민들에게 각인됐다. 쓰레기를 가져다 팔면서 지금까지 상당 액수의 마을 경비도 모을 수 있었다.

그만큼 마을회관 인근에 자리 잡은 폐기물 공동 집하장은 이제 마을에선 없어선 안 되는 공간이다. 물론 개선할 점도 있다. 두리마을은 세 개의 두리마을이 합쳐진 만큼 산자락을 따라 넓게 펼쳐져 있어 현재 집하장을 이용하기 힘든 주민들도 있다. 앞으로 좀 더 접근하기 쉬운 곳으로 옮기고, 분리에도 신경 쓰면 지금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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