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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광장/이승희(홍주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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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광장/이승희(홍주고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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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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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옷
아직도 그 옷이 있을까? 하고 장롱 서랍속을 뒤져 보았다. 한참을 찾았을까? 서랍 속의 귀퉁이에 다른 옷들에 의해 짓눌러진 옷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에게 이 옷은 정말 소중한 것이었다. 내가 4학년 때의 일이었다. 난 장날이 되면 엄마를 따라다니겠다며 쫒아나서곤 했었다. 그때마다 엄마는 "네가 한 두살 먹은 어린 애들도 아니구" 하며 나를 호되게 꾸짖었지만 난 아랑곳 하지 않았다.

그날 엄마는 광천장을 가려고 나갈 차비를 하고 있었다. 나도 따라갈 준비를 하였다. 엄마의 손에는 깨를 싼 보자기가 들러져 있었다. 나는 장날이 좋았다. 사실 엄마를 따라 가면 먹을 것 사달라는 것도 있었지만, 마트에서 볼 수 없는 광경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애기 엄마, 이것 좀 사 가셔. 내가 싸게 해줄게." 말로 발길을 붙잡는 할머니, 길을 가다가 군침을 돌게 하는 금방 쪄낸 듯한 호빵, 만드에서 모락 모락 나는 김, 먹음직스러운 과일, "골라 골라" 하는 옷 파는 아저씨의 쩌렁쩌렁한 목소리, 인심을 쓴다며 살 때 하나씩 더 넣어주는 아주머니의 훈훈한 인심 등 시끄럽고 왁자지껄하면서도 정겨운 시장이 좋다.

엄마는 먼저 깨를 파시고서는 시장을 둘러보셨다. 그러다가 옷을 파는 곳에 발길을 멈추었다. 엄마는 내가 입고 있던 옷이 낡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며칠 전 일이 생각났던 것일까?
며칠 전에 학교에 갔다 오자마자 나는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다. 언니가 입었던 옷이 싫으니깐 나의 옷을 사달라는 것이었다. 엄마는 그때마다 "사줄께' 하면서 나의 마음을 달래셨다.

아무래도 나에게는 운수 좋은 날인 듯 싶다. 엄마는 나에게 너의 맘에 드는 옷을 골라보라고 하셨다. 나의 눈에 제일 띄는 꽃무늬가 그려진 보라색옷을 골랐다. 사실 지금은 아닌데 전에는 옷에 꽃무늬가 그려진 게 너무나 좋았다.

난 새 옷이 생겼다는 생각에 하늘을 날아갈 듯 기뻤다. 그때만 해도 난 옷 많은 애들이 너무나 부러웟고, 새 옷을 입는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엄마는 언니, 동생한테 옷을 사줬다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셨다.

그날 이후 때 타지 말라고, 고히 모셔두거나 소풍이나 시내에 갈 때 입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나의 기억 속에 잊혀져 가는 작고 따뜻한 추억이 될 것이다.
<독자글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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