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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당골 부잣집 우물에 전해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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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당골 부잣집 우물에 전해오는 이야기
  • 홍성신문
  • 승인 2021.04.04 2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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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들의 생명수, 마을 샘을 찾아 3
금마면 용당마을 모습.

우리 고장 홍성군 금마면 덕정리에 용당마을이 있다. 용당마을에는 옛날 부잣집에서 사용하던 우물과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옛날 용당골에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 이웃마을에 사는 처녀가 부잣집으로 시집을 왔다. 부잣집으로 시집 온 며느리는 배부르고 편안한 생활을 꿈꿨다. 하지만 막상 시집을 와서 보니 현실은 마음속으로 상상하던 꿈과 너무도 달랐다. 아침에 부엌으로 들어가면 저녁 늦게까지 손에서 물이 마를 겨를도 없이 고달픈 나날이었다. 하루 한시도 허리를 펼 새 없이 일 속에 파묻혀 살아야 했다.

그렇다고 갓 시집 온 며느리가 불평불만을 털어놓을 수도 없었다. 혼자서 끙끙 참아내며 하루하루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날 스님 한 분이 부잣집에 찾아왔다. 스님은 대문 앞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부탁했다. 며느리는 쌀을 한바가지 듬뿍 담아갖고 스님 앞으로 다가갔다.

“나무관세음보살….” 스님은 바랑에 쌀을 받아 넣고 뒤돌아섰다. “저어, 스님….” 며느리는 조심스럽게 스님을 불렀다. 스님이 발걸음을 멈추고 며느리를 향해 몸을 돌렸다. “저어, 저어….” 며느리는 그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불만을 스님에게 털어놓았다. 하루도 쉴 틈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아야 하고, 손에 물이 마를 날이 없다는 불만이었다. 어떻게 하면 손에 물을 묻히지 않고 편히 살 수 있는지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스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대답했다. 손가락으로 부잣집 뒷산을 가리켰다. “저 뒷산 언덕을 조금만 파내면 앞으로 손에 물을 묻히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나무아미관세음보살.” 스님은 한마디 귀띔해주고 다시 가던 길을 갔다.

며느리는 그날부터 남편을 설득했다. 처음에는 시큰둥하던 남편이 아내의 설득에 마음이 돌아섰다. 시아버지도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며느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고 말았다. 며칠 뒤에는 인부를 시켜 집 뒤 산언덕을 깎아냈다.

용당마을 공동 우물.

그 뒤로 부잣집은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집안에 우환이 자주 생기고 하는 일마다 실패를 거듭하며 가세가 점점 기울었다. 집에서 부리던 일꾼들도 하나둘씩 떠나가고, 날마다 북적거리던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어졌다. 덕분에 하루 종일 바쁘기만 하던 며느리도 손에 물을 묻힐 일이 없어졌다. 결국 부잣집은 더 이상 버티기 힘 들 정도로 가세가 기울고 마을에서 떠나게 되었다. 지금도 부잣집 터와 집안에서 사용하던 우물이 그대로 남아있다.

필자는 전설이 전해오는 부잣집과 샘을 찾기 위해 온 마을을 헤매고 다녔다. 봄나물을 캐러 나온 할머니 두 분을 만나서 금마면지를 내보였다. 금마면지에는 부잣집 전설과 샘 사진이 실려 있었다. “할머니, 혹시 마을에 이런 우물이 있나요? 어느 댁에 있는 우물인가요?”

할머니들은 한참동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도로 건너편을 가리켰다. 그곳에 비슷한 우물이 있다고 했다. 필자는 할머니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달려갔다. 마침 밭둑에서 머위를 뜯고 있는 주민들 셋이 있었다. 금마면지를 내보이며 찾아온 사연을 밝혔다. “이거 우리 집 우물 같은데….”

머위를 뜯고 있던 주민 한 분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필자는 너무도 반가워서 안내를 부탁했다. 안내한 주민의 설명에 의하면, 부잣집 터는 일제 강점기 시절에 양조장이었다고 한다. 양조장에서 술을 빚을 때 사용하던 유명한 우물이라고 했다. 지금도 옛날 그대로 맑은 물이 가득 넘쳐나고 있었다.

100년도 훨씬 더 넘는 세월 못지않게 우물 모습은 많이 변해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우물이 남아있다는 자체가 반갑기만 했다. 이외에도 용당마을에는 100여년 넘게 마을에서 사용하던 공동우물이 전해오고 있다.

전설이 전해오는 용당마을 부잣집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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