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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녕과 풍요 기원 노동마을 산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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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녕과 풍요 기원 노동마을 산신제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2.27 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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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관들이 주민들의 성명을 한 명씩 부르고 사람 수 만큼 소지를 올린다.

수백년 이어 온 산신제

갈산면 노동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병암산에 올라 산신제를 지낸다. 주민들의 안녕과 한해의 풍요로움을 기원하는 연례행사다.

산신제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정확히 아는 사람은 없다. 마을의 소개 책자에는 150년 전이라고 나와 있지만, 실제는 그보다 훨씬 오랜 기간 계속되어 오고 있다. 산신제는 정월대보름 전날부터 저녁부터 정월대보름 새벽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주민들의 준비는 한 달 전부터 시작된다. 산신제에 참여하는 제관들은 한 달 전부터 살생 등 부정탈 만한 행동을 하지 않고 조심한다. 제관들의 집 근처와 병암산 주변에는 황토흙과 금줄을 쳐서 부정을 막는다. 특히 삼재에 걸린 사람은 산신제에 제관으로 참여할 수 없다. 제향하기 일주일 이내에 초상난 집도 안 되고 동물의 피를 봐서도 안 된다. 과거에는 부부간 합방도 금하기도 했다고 한다.

산신제로 시작되는 마을 대보름맞이

산신제의 진행은 제관들이 목욕 재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과거에는 갈산천 멍석바위에서 목욕을 했다고 한다. 준비를 마친 제관 5명은 정월대보름 전날 저녁 7시경 병암산에 오른다. 이후 정월대보름 자정을 넘어 산신제가 계속된다. 제단에 제물을 올린 후 축문을 읽고 준비한 소지를 올린다. 소지(燒紙)는 가구별 주민들의 이름이 담긴 종이를 태우는 제례로 종이를 태우면서 여기에 적힌 사람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한다. 소지는 한 번에 태우는 것이 아니라 한 장 한 장 정성을 담아 태운다.

제단이 있는 병암산까지 경운기로 짐을 나른다.

이전에는 수백 가구가 참여해 그만큼 소지를 올리는 시간도 길었다. 요즘은 주민도 줄고 기독교 등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 산신제에는 70가구 정도만 참여하고 있다. 보통 산신제가 끝나는 시간은 새벽 3시 이후다. 제관들이 산신제를 마무리하고 병암산에서 내려오면 갈산초등학교 삼거리에서 거리제를 지낸다. 산신제가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대보름맞이가 시작된다. 이후 주민들은 음식을 함께 나눠 먹고 다양한 행사도 참여한다.

주민들은 산신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농촌축제 지원사업에 지원을 받아 ‘정월대보름 백야촌 달집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산신제만 지내지만 본래 달집태우기, 윷놀이, 풍물놀이 등 주민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이어진다.

“산신제 계속 이어나갈 것”

노동마을 산신제는 수백년을 이어왔지만 1980년대 한번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산신제를 지내지 않자 우연인지 모르나 갈산초등학교 근처에서 마을 청년들이 잇따라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이후 주민들은 1989년부터 다시 산신제와 거리제를 지내기로 합의하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

예전과 지금의 산신제 환경이 다르다. 제관도 전처럼 조건을 맞춰 선발하기 어려워 맡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하고 있다. 과거에는 산신제에 쓰일 제물도 그냥 준비하지 않았다. 첫 아이를 딸로 낳은 부녀자는 제물을 만지지 못하고 아들을 낳은 부녀자만 준비할 수 있던 때도 있었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달리 하지만 그래도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송대헌 노동마을 이장은 “지금은 마을에 외지인도 늘고 종교를 믿는 분들도 있어 예전보다는 참여자가 많이 줄었지만 대대로 이어온 마을의 역사다. 노동마을 전통을 잇는 산신제에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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