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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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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명암
  • 홍성신문
  • 승인 2021.02.27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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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고 이상헌 교장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우리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 귀에 익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졸업식 노래이다. 졸업식에는 으레 여학생들은 울음을 터뜨리고 남학생들은 밀가루 가루를 교복에 묻히는 왁자지껄한 광경을 볼 수 있었다. 학부모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의 꽃다발 증정과 반짝하고 터지는 사진기 소리가 들렸다.

축하한다는 소리, 고생했다는 소리, 헤어져 섭섭하다는 소리, 다시 만나자는 소리로 5일장처럼 북적댔다. 교문에서부터 졸업식장까지 꽃을 파는 노점이 들어서 교정은 백합꽃, 장미꽃 향기가 가득하고, 꽃다발을 감싼 하얀 안개꽃은 어느새 부스러져 바닥에 밟히고 있었다. 학교 인근의 중국집부터 일반 음식점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들어차 줄을 설 지경이었다. 나는 초등학교 졸업하는 날 두 번째 사진을 찍었다.(최초는 중학교 원서 사진 겸 졸업앨범 사진 찍은 것임)

작년에 이어 올해 졸업식 풍경은 초라하고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교문 어디를 봐도 꽃을 파는 노점상은 없고, ‘졸업을 축하한다’ 는 현수막이 오늘이 졸업식 날이라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학부모에게 학교 오지 말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개별교실에서 졸업장과 상장을 수여하고 방송실에서 영상을 제작하여 시청하는 것으로 졸업식을 마쳤다.

교정을 서성일 때, 성능 좋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친한 친구들끼리, 중학교 동문끼리 사진을 찍으며 그래도 힘든 3년을 마쳤다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 학생이 나를 부른다. 같이 사진을 찍으려는 게 아니라, 사진사가 필요한 것이었다. 사진을 찍어주고 돌아섰다. 교정에서 사진을 같이 찍자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 담임선생님과 반 친구들은 같이 찍는데 나는 친구도 아니고 선생님도 아니었다. 씁쓰레한 입맛만 다실 뿐이다.

코로나19로 예쁘고 환한 미소는 마스크 속으로 숨었다. 학생들이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었을 때, 졸업사진을 보면서 ‘아하, 그해는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려서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진을 찍었지’라며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할 것이다.

내년엔 먹구름 사라지듯이 코로나19가 사라져 마스크 속에 숨어 있는 우리의 참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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