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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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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1.02.15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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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서각회 지법스님

홍성읍 고암리 보광사 인근에 있는 작업장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이 나무를 깎는 데 여념이 없다. 이들은 보광서각회 회원들로 나무에 조각하는 것은 자신들이 직접 쓴 글씨와 그림들이다. 보광서각회 회원들에게 서각을 가르치고 있는 사람은 보광사 주지 지법스님(76)이다.

홍성에 서각을 알리다

지법스님이 처음 서각을 접한 것은 20년 전 우연히 추사 김정희 작품의 탁본을 뜨러 가면서다. 원래 서예를 하고 있던 스님은 김정희 선생의 난각 작품을 보고 바로 서각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당시는 서각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아 독학으로 서각을 배우다시피 했다. 홍성에서 서각을 알리기 시작한 사람도 지법스님이 처음이다.

처음 시작할 당시에는 회원이 얼마 없었지만 현재는 고암리에 있는 보광사 옆 작업공간에 서각을 배우기 위해 나오는 회원만 19명이다. 보광서각회 외에도 홍성도서관에도 서각을 가르치기 위해 나가고 있다. 보광서각회나 홍성도서관에서 서각을 배우는 사람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보광서각회에서 서각을 연마하는 사람 중에는 목사님도 있다고 한다.

서각은 나무에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

지법스님은 “나무토막을 그냥 내버려 두면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지만 나무에 혼을 불어넣어 삶의 지혜가 되는 글을 새겨넣는다면 생명을 잃지 않는 나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각은 단순히 글씨만 조각하는 것은 아니다. 쓰는 글에도 제한이 없다. 사자성어도 좋고 삶에 귀감에 되는 글은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글귀 옆에 들어가는 사군자나 불상 부조등도 직접 그려서 조각하게 된다.

때문에 글씨 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릴 줄 알아야 하고 조각도 하는 종합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주말에는 서예교육도 병행하고 있다. 지법스님은 서각작품의 매력에 대해 나무의 색, 나이테의 질감 등 여러 요소가 어울어져 입체적인 글씨가 나오는 것이 서예와는 다른 매력이라고 말한다.

서각 작품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짧은 것은 일주일에서 길게는 1년까지 걸리기도 한다고 한다. 서각을 하기 위한 나무는 회원들이 직접 나무를 구해 온다. 나무는 작업장 한 켠에서 오랜 시간 말린 후 사용한다.

“가진 서각기술 모두 전수하고 싶어”

서각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보광서각회나 홍성도서관을 찾으면 서각을 배울 수 있다. 앞으로 홍성문화원에도 서각동호회가 만들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보광서각회 작업실은 24시간 언제든 열려 있다. 회원이 되기 위한 조건은 없다. 재료비 등 약간의 실비만 내면 누구나 서각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 보광서각회의 첫 전시회가 홍성문화원에서 개최됐다. 지법스님은 전시회를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통 서각을 알리고 싶다. 아직 자신도 여전히 배우는 입장이지만 가지고 있는 것은 다 가르쳐주고 싶다고 한다.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작게나마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지법스님은 “서각을 20년 넘는 세월동안 계속 했지만 아직 개인전을 한 번도 못 했습니다. 80살이 되는 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개인전을 한번 해 볼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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