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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소띠해는 마코! 사코! 백코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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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소띠해는 마코! 사코! 백코의 해?
  • 홍성신문
  • 승인 2021.01.04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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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중 출신작가 이은집

“에이! 가거라! 어서 가거라! 빨리 가거라! 아주 하루가 여삼추 같구나!” 사람들이 한해를 보내며 항상 송년사로 잘 쓰는 ‘다사다망’했던 2020년도 어느덧 꼬리를 내리는 12월의 마지막 일요일 저녁식사 후 마누라가 주방의 벽에 걸린 2020년의 12월 달력을 2021년 새해 달력으로 바꾸어 걸며 마치 주문을 외듯 중얼대는 말이었다.

“어? 여보! 아직 올해가 며칠 남았는디 벌써 달력을 떼어내구 그려?” 이에 내가 어이없어 채근하자 마누라는 여전히 주문을 외는 말투로 이렇게 대꾸해왔던 것이다. “아이구! 2020년은 하두 징글징글 힘들어서 하루라두 빨리 보냈으면 싶어 그런다구유! 생각해 보슈! 새해 벽두부터 우한 폐렴 바이러스인지 뭐라구 허다가 코로나19루 변성명하여 여지껏 온 세계를 공포로 몰아 넣어 세계 인구 100명 중 하나가 감염되구 죽은 사람만두 200만명가까이 되잖유?”

“글쎄 말여! 더욱 어처구니없는 일은 미국 같은 선진국이 가장 확진자와 사망자가 많으니 할 말을 다 했지 뭐여?” 아닌게 아니라 인류 역사상 중세 유럽의 흑사병 이래 아마도 가장 큰 폐해를 입은 건 이번 코로나19 감염병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에유! 그래서 얘긴듀, 이제 2021년 소띠해를 맞어두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2021년은 ‘마코! 사코! 백코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은 거쥬! 휴우!” 이윽고 마누라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나에게 이런 말을 건네와서 나는 의아한 눈길로 질문을 했으니…!

“으응? 여보! 2021년은 ‘마코! 사코! 백코의 해’가 된다는 소리는 뭐요?” “아유! 그건유? 2021년 소띠해 새해를 맞아두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코로나를 에방하구유!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마찬가질 거구유! 하지만 내년엔 우리나라에서두 코로나 백신을 만들게 되어 ‘백신으루 코로나 예방이 가능한 해’가 될 것이란 말이쥬!”

마누라의 이런 설명을 듣고 보니 나 역시 그럴 것 같다는 예상이 들어서 나는 이런 대꾸를 했던 것이다. “당신 말이 옳소! 정말 새해엔 마스크를 더 쓰구 사회적 거리두기의 생활화를 더 해서라두 코로나를 막을 수만 있다면 참어야 하구! 코로나 백신은 우리나라에서두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 또한 같은 심정이지!”

암튼 2020년을 마지막 보내는 송구영신의 길목에서 우리 부부는 이런 말로 토론 아닌 토론을 하게 되었는데, 순간 나에게는 어려서 내 고향에 살 때 새해를 맞던 추억이 떠올랐다.

“아이고! 올해는 쥐띠해여서 그런지 유난히 쥐들이 극성을 부려서 광속의 볏섬두 축내구 뒷방의 고구마두 쥐들이 다 파먹어서 빈 푸대만 남었지 뭐래유?” “글쎄유! 허지먼 새해는 송아지만 사두 부자되는 소띠해인께 어서 새해가 왔음 좋컸슈!”

그런데 그 시절엔 음력 설 무렵이 되면 고뿔(감기)이 크게 유행해서 온동네가 기침소리로 시끄럽기까지 했던 것이다. “콜록! 코올록! 흐흐! 카악! 코올록!” 그냥 숨이 막히고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의 기침과 함께 화롯불을 뒤집어 쓴 듯 온몸이 고열로 어린애들 중에는 목숨을 잃기도 했던 큰고뿔(독감)이 유행하기도 했으니, 어쩌면 바로 오늘날의 코로나처럼 위험했다고나 할까?

“아유! 여보! 하지만 2021년 새해에는 코로나19두 물러가구 다시 옛날루 돌아가겠쥬? 그래서 세상천지를 맘대루 나댕기구, 세상 사람들 맘대루 만나구유! 암튼 세상에서 한번두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든다구 허더니만 내 80년 가까이 살아왔지먼 이런 세상은 증말루 처음이랑께유! 그렁께 소띠해인 2021년은 소처럼 성실허구 우직허게 살어두 만사형통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구유! 안 그류?”

이은집 : 광천중 11회 졸업. 고려대 국문과 졸업. 1971년 창작집 <머리가 없는 사람>으로 문단 데뷔. 용산고, 여의도고, 영등포여고 등 근무. 저서 <학창보고서> <통일절> 등 34권. 헤세문학상, 영등포문학상 등 16개 수상. 한국문협 소설분과 회장. 한국소설가협회 이사, 국제펜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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