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수필/조덕성(홍성읍 남장리) - 행복 통장
상태바
수필/조덕성(홍성읍 남장리) - 행복 통장
  • guest
  • 승인 2003.01.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울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햇살도 제법 부드럽게 느껴지는건 아침에 남편이 전해준 책 덕분인가 보다.

숙직을 하고 돌아온 남편이 "구입해서 읽지도 않았는데 당신 먼저 읽으래" 하며 건네주는 두 권의 책과 남편 직장 동료분의 따뜻한 마음을 받으며 하루의 시작이 감사와 작은 감동으로 열린다.

몇해 전 청소년 상담교육을 받는 시간에 강사님으로부터 물질만 부지런히 저축하지 말고 사랑·마음을 저축해서 살다가 힘겨워 질 때 꺼내 쓰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 후로 나만의 비밀스러운 통장 하나를 만들었다. 사람의 마음, 우정, 사랑, 따뜻한 배려, 작은 감동, 고마움, 그리움 등을 담아놓은 '행복 통장'이다.

남편과 아이들에게서 받은 이해와 순간순간의 감동에서부터 어려울 때마다 더 진하게 느껴지는 이웃들의 따뜻한 마음,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항상 서로를 그리워하며 염려해주는 해묵은 친구들의 진득한 우정,
풀기 어려운 숙제 같은 삶과 부딪혀 갈등하며 휘청거릴 때마다 나름대로 잘살고 있다고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는 친구같은 선배,
삶에 지쳐 나약한 모습을 보일 때 호강에 겨워 그런다며 따끔한 충고와 우정으로 늘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언니같은 친구,
10남매의 맏며느리로 농사일에 시부모님 모시는 일에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삶을 뜨겁게 사랑하고 마음 가꾸기에 열심인 친구로부터 받은 크고 작은 마음들을 하나 둘 행복 통장에 저축하면서 내 삶이 조금 더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고 행복을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지만 가끔씩 원치않는 어려움이 찾아들때 행복 통장에 쌓인 정들을 하나, 둘씩 꺼내보면 어려움과 슬픔을 삭히는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으리라 믿고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다.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기쉬운 가족을 비롯한 많은 이들에 따뜻한 정을 오래 간직하며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오랜동안 좋은 모습으로 자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독자글마당>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