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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어깨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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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어깨가 애처롭다
  • 홍성신문
  • 승인 2020.11.1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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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주민센터 김민선 팀장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치고 정리를 하는데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에는 알지 못하는 번호는 잘 받지 않았는데, 홍성이주민센터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모르는 번호를 받는 일이, 받아야만 하는 일이 익숙해졌다. 전화를 건 사람은 이주노동자가 일하는 회사 관계자였다.

“OO 알아요? 내일 여기 온다면서요?” “OO 모르는데요,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도움이 필요하니 전화를 했을 것이기에 가겠다고 대답했다. 다행히 통역활동가 중 시간이 되는 활동가가 있어 약속을 잡고 회사로 갔다.

추가근무 시 1.5배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하루 12~15시간 일하면서 추가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이 오랫동안 이것이 지켜지지 않아서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OO씨는 1.5배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 더 올려주길 바라고, 회사 입장에서는 미등록 노동자라 회사에서 경비 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렇게 다 줄 수는 없으며, 충분히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OO씨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고, 회사에서는 그동안 당연 지원했던 기숙사비, 식비 등을 청구하면서 갈등이 깊어진 것이다. OO씨는 퇴사를 시켜주면 퇴직금도 필요 없고, 지금까지 못 받은 추가근무수당, 야간근무수당도 필요 없다고 했다. 심지어 이 달 일한 월급을 받지 못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얼핏 계산 해봐도 회사가 요구한 비용보다 OO씨가 받아야 할 금액이 훨씬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O씨가 원하는 것은 ‘퇴사’ 뿐이었다. 계약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곳에 다른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마음이라면 그냥 떠나버려도 그만일 텐데, 왜 그는 계속해서 넓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계속 ‘퇴사’를 시켜달라는 요구를 하는 것일까.

그 답은 바로 OO씨의 여권에 있었다. 이유를 알고 나서야 OO씨가 왜 그렇게 그 넓은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우리 앞에 앉아 있었는지, 회사 관계자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퇴사’라는 말 안에 ‘제 여권을 돌려주세요’라는 말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도 아직 OO씨의 어깨가 생각난다. 넓은 어깨가 애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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