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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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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손
  • 홍성신문
  • 승인 2020.11.0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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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고등학교 이상헌 교장
이상헌 홍주고 교장

코로나19의 끝은 언제일까? 매일같이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전 교사가 팔을 걷어붙이고 활동을 한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며 학생들을 맞는다. 책가방을 메고 한 손엔 휴대전화를, 또 다른 손엔 체육복이나 무릎치마 등 양손 모두 일하고 있는 셈이다.

“손을 내미세요, 자가진단은 필수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은 나와 이웃사랑의 실천입니다.” 매일같이 학생들에게 던지는 말이다. 예쁜 손은 여학생 손이고 좀 투박하다 싶으면 남학생 손이다. 손 모양만 보면 성별을 분간할 수 있다. 손바닥이 노랗다 싶으면 ‘귤을 많이 먹었나요’ 묻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손금 보는 법을 배울 걸이라고 생각이 든다. 손금을 보면서 항상 종은 말을 해주고 싶다. 좋은 말을 해주면 그리된다고 한다. 언어의 예언력이라고 한다.

손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신체의 부속물이다. 학생들 손을 보면서 손이 없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손이 없이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열심히 사는 위대한 분들도 많다. 머리는 생각하여 고안하고 손으로 만들어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준다. 악수하며 친교를 맺고 만나면 손 인사를 한다. 손을 흔들어 헤어질 때 인사도 한다. 요즘 코로나19 시대에는 주먹인사로 대신하지만.

전에는 교실에서 교사로부터 잘못했을 때 손바닥을 맞기도 했다. 선생님이 커다란 컴퍼스를 오므려 손바닥을 내려칠 때 손을 빼 컴퍼스를 부러뜨려 몽둥이로 맞기도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이다. 초임의 예쁜 담임선생님은 아주 엄하게 지도했다. 당시에 급식이 없고 또 도시락을 싸 오는 학생이 적어 빵을 배급했다. 빵을 나눠주는 시간은 늘 혼잡했다.

서로 먼저 빵을 받아먹고 늦게 받는 아이들의 것을 빼앗아 먹을 심산에서다. 너도나도 한 손을 뻗어 빵을 받았다. 나도 선생님 쪽으로 손을 뻗어 빵을 달라고 내밀었다. 그때 담임선생님은 막대기로 손바닥을 때리며 주지 않겠다고 했다. 선생님은 저쪽으로 가 있으라고 했다. 다른 학생들에게 빵을 나누어주고 한 개가 남아 다른 학생에게 주었다. 왜 빵을 주지 않느냐고 항의를 했다.

“두 손으로 달라고 해야지 예의 없이 한 손으로 받으려고 해? 난 너만은 두 손을 내밀 줄 알았다.” 창피해 얼굴이 붉어지고 선생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 후 1년간 담임선생님의 얼굴을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내 손을 내밀어 쳐다보며 그때를 생각한다. 선생님도 많이 늙으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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