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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안녕과 풍어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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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안녕과 풍어 기원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0.12.06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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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무형문화재 수룡동 당제

수룡동마을 김관진 이장은 아직도 예전 화려했던 당제가 눈에 선하다.

70년대 초만 해도 수룡동마을 바로 앞까지 100톤 이상의 대형 고깃배가 들어왔다. 당시 마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가구 수만 180여 가구를 넘었다. 외지에서 배를 타러 온 뱃사람들도 많아 마을이 활기를 띄었다. 70년대 후반 염장이 아닌 냉동생선이 일반화 되면서 냉동 시설이 있는 인천 등으로 배들이 하나 둘 떠났고 마을이 활기를 잃어갔다.

화려하게 진행했던 당제도 덩달아 규모가 작아졌다. 예전보다는 많이 쇠락했지만 그래도 마을 사람들에게 당제는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다. 지난 2003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국가에서 당제 비용을 도와주지만 여전히 선주들과 주민들이 십시일반 부담하는 금액이 크다.

김 이장은 “과거에는 선주들은 돈이 많은 큰 손들이었다. 당제에도 많은 돈을 기부했다”고 회상했다. 원래 당제의 용신제에는 무당을 불러 거하게 판을 벌였다. 지금은 비용 등의 문제로 무당 대신 법사가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황해도와 충청도가 어우러진 당제

당제 준비는 정월대보름인 당제 이틀 전부터 시작한다. 이장인 김관진 씨가 매년 당제에 필요한 물품 등을 준비한다. 당제 당일 마을회관에서 제단까지 가는 당제 행렬이 출발한다. 본래 당주의 집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마을회관에서 출발한다. 당주를 할 수 있는 경험 많은 사람이 이제는 드물어 당주를 매년 뽑지 않으면서 생긴 변화다.

당제 행렬의 맨 앞에는 대동기와 풍어기가 행렬을 인도하고 그 뒤를 풍물패, 배에 달릴 오풍기가 선주의 나이 순으로 뒤따른다. 제단에 도착하면 축원부터 시작해 배마다 축원하는 길지를 배에 달아주고 일단 해산한다. 다음은 항구에서 서해 용왕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저녁에 삼거리나 사거리에서 거리제를 올린다.  

제단을 무당이 주선하는 것은 수룡동 당제의 특징이었다. 이것은 충청도 식이 아닌 황해도 식이라고 한다. 황해도에서 먼 홍성에서 이런 형태가 나타난 것은 1.4후퇴 때 황해도에서 출발한 어선들의 일단이 수룡동에 정착한 이후부터다. 지금도 마을 주민의 절반은 황해도가 고향인 실향민 들이다.

위기의 당제 지속가능한가?

세월이 지나면서 마을의 모습도 당제도 많이 변했다. 배들이 들어오던 마을 앞 포구는 흙으로 간척해그 자리엔 관광도로가 들어섰다. 항구는 외곽의 수룡항 포구로 이전해 마을 앞으로는 이제 고깃배가 들오어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제사에 여성이 참가하지 않는 경우처럼 수룡동 당제에도 여성이 참석하지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자들도 당제에 취재 오는 마당에 함께 뱃일을 하는 마을 여성들이 당제에 참석 못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판단해 2003년부터 여성들도 당당히 당제에 참석하고 있다.

시대에 맞게 당제도 변화했지만 고령화와 인구감소는 수룡동 주민들이 대처하기 어려운 변화다. 이제 마을의 대다수의 어민은 70대를 바라보고 있다. 김 이장도 한때 선주였지만 더이상 배를 타지 않는다. 올해 당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사람을 부르지 않고 조촐하게 치뤘다. 참가한 배는 18척에 불과하다. 지금 남아있는 선주들이 은퇴하고 나면 수룡동 당제를 지속할 수 있을지 미래가 불투명하다.

수룡동 당제 계승 필요

당제는 마을 사람들에게 단순한 풍어제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누구도 당제를 자신들의 대에서 사라지게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당제가 수룡동만의 행사에 머문다면 얼마 안가 당제를 지내지 못하는 날이 오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김 이장은 “수룡동 당제가 굳이 수룡동에 한정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당제를 지속하기 위해 또 한번 당제가 변화할 필요가 있다. 수룡동 당제를 홍성 어촌 전체로 확장할 수 있다면 당제의 미래도 보장받고 이전처럼 성대한 당제를 다시 보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것이 김 이장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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