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코로나19시대 농업·농촌이 답이다
상태바
코로나19시대 농업·농촌이 답이다
  • 홍성신문
  • 승인 2020.10.1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에서 희망 찾기 2
농촌과자치연구소 정만철 소장

작년 연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불과 몇 달 만에 전 세계를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공황상태로 빠뜨리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세계화와 도시화는 코로나19에 의해 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 세계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던 세계무역은 멈춰 섰고, 사람이 붐비는 대도시는 전염병에 얼마나 취약한 곳인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펜실베니아대학 와튼스쿨 학장 ‘제프리 가렛’은 탈세계화와 탈도시화의 경제적 효과는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하면서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세계화와 도시화의 추세를 멈추고 비 도시지역(예컨대 농촌지역)의 성장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코로나19는 현재 우리의 밥상을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식량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한 단계에 접어든 3월경,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각국의 국경봉쇄로 농식품 공급망에 악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고, 유엔식량안보위원회도 이러한 ‘국경봉쇄가 글로벌 식품공급체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식량자급률이 24%에 불과해 OECD 34개국 가운데 32위로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식량체계 붕괴가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코로나 위기가 농업·농촌에 또 다른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금년 5월에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농업·농촌에 대한 도시민의 인식과 수요변화’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이후 도시민의 귀농·귀촌 의향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20.3%로 ‘감소했다’는 응답 8.2%보다 높았다. 이는 대구와 수도권 등 도시지역에서의 감염증 발생 양상을 경험한 도시민들이 상대적으로 사회적 거리가 멀고, 대면접촉 기회가 적은 비도시지역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농축산물 구매 시 안전성을 ‘더 고려한다’는 응답이 48.6%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유기농산물을 비롯한 친환경농산물의 구매량 증가(21.2%)로 이어졌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4대 메이저 생협이라고 불리는 한살림, 두레생협연합, 행복중심생협, 아이쿱의 5월 매출이 전월 대비 약 20~30% 정도 증가했다. 최근 유기농 시장의 성장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다.

글로벌 식품산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푸드네비게이터에 따르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 세계적으로 유기농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홀푸드마켓은 유기농식품의 수요 증가로 온라인 고객 수를 제한했고, 영국의 수퍼마켓 체인인 아벨앤콜(Abel & Cole)은 유기농 꾸러미 매출이 25% 증가했다. 프랑스의 한 유기농 전문매장의 매출 역시 약 40%나 늘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면에서 보면 홍성의 농업·농촌은 다른 지역에 비해 몇 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 도시민들의 귀농 선호지역이라는 점이다. 홍성군은 지리적으로 수도권지역과 멀지 않고, 적극적인 귀농·귀촌 지원정책을 통해 최근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연 평균 약 200여 세대가 우리 지역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귀농인들이 선호하는 지역도 예전에는 홍동, 장곡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구항, 결성, 은하, 서부면 등으로 다양하다.

둘째, 유기농업 기반이 탄탄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홍성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기농업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전체 농가에서 차지하는 친환경농가의 비중이 약 8%정도이고, 친환경인증 면적에서 유기인증 면적이 약 80%를 차지할 정도로 유기재배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훨씬 높다. 이러한 노력으로 홍성군은 2014년부터 전국에서 유일한 유기농업특구로 지정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장곡지역을 중심으로 유기농업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농업(청년농업인 양성, 치유농업 등)이 태동하면서, 유기농업이 단순한 먹거리 생산을 넘어 다양한 가치를 형성해 가고 있다.

하지만 홍성군이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대안적 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귀농인을 포함한 대다수의 중·소농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선제적인 농민기본소득의 도입, 홍성군 전 지역으로의 유기농업 확산, 그리고 유기농업을 기반으로 한 ‘홍성군 푸드플랜’ 추진 등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세계적으로 ‘로컬’의 가치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다면 홍성은 지금도, 앞으로도 활기를 잃은 정체된 도시가 될 것이다. 이제 코로나19로 일상에 지친 도시민들이 홍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할 시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