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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⑭바위와 돌미륵으로 변한 착한 처녀와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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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지역 숨겨진 이야기 ⑭바위와 돌미륵으로 변한 착한 처녀와 며느리
  • 홍성신문
  • 승인 2020.07.12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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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헌 작가
봉수산 처녀바위

우리고장 홍성군 금마면 봉서리 봉수산 기슭에 처녀바위가 전해온다. 처녀바위에는 마을의 인색한 부자영감과 여자하인 이야기가 전설로 재미있게 전해오고 있다.
 옛날 봉서리에 여자하인을 두고 사는 부잣집이 있었다. 어느날 봉수산 암자에 기거하는 스님 한분이 부잣집으로 탁발을 내려왔다.

“딱딱딱…….”

 조용한 저녁 무렵에 스님의 목탁소리가 조용한 부잣집 공기를 흔들었다. 부잣집 여자하인이 대문을 빼꼼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시주를 좀 부탁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주지스님이 머리를 숙이며 정중하게 부탁했다. 여자하인은 즉시 안채로 달려가 부자영감에게 사실을 알렸다.

 

봉수산 처녀바위에서 내려다 본 금마면 봉서리 모습

“마님, 스님이 와서 시주를 좀 하시랍니다. 어떻게 할까요?”  “주인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해라. 빨리 돌려보내라.”  부잣집 주인은 딱 잡아떼었다.
 여자하인은 주인이 시키는 대로 스님에게 전했다. 그러나 스님은 돌아가지 않고 계속 시주를 부탁했다. 여자하인은 다시 들어가서 주인에게 스님의 부탁을 전했다.

“마님, 쌀을 조금 주어서 돌려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부자는 화를 벌컥 내었다.

 “마당에 있는 모래나 한 자루 넣어서 보내라.”  여자하인은 주인의 명령을 거역할 수가 없었다. 주인이 시키는 대로 모래를 퍼서 스님의 바랑에 넣어주었다.
 스님은 모르는 척 모래를 받아 넣고 천천히 발걸음을 돌렸다. 몇 발짝 걸어가다가 다시 하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오늘 저녁 천둥번개가 치거든 봉수산으로 올라오시오. 아무리 큰 소리가 나도 절대로 뒤돌아봐서는 안됩니다.”하며 사라졌다.

 하인은 스님의 말을 듣고 안절부절 못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고 겁이 났다.

밤이 되자 스님의 말대로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우르르 쾅!”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소리가 봉수산을 뒤흔들었다. 번개가 번쩍번쩍 하며 칠흑 같은 하늘을 갈라놓았다.
 여자하인은 천둥번개 속을 뚫고 스님이 시킨대로 봉수산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봉수산 중턱까지 올라갔다.
 한참 숨을 헐떡이며 정신없이 뛰어가는데 번개가 번쩍 하늘을 갈랐다. 동시에 봉수산을 무너뜨릴 것 같은 천둥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봉수산 아래로 벼락이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벼락은 주인집 부근으로 떨어진 것이 분명했다. 마음씨 착한 여자하인은 주인집이 걱정되었다. 자기도 모르게 뛰던 걸음을 멈추고 집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순간이었다.
 “번쩍! 우르르 쾅!”
이번에는 여자하인 머리 위로 천둥번개가 내려치는 것이었다. 여자하인은 그 자리에서 벼락을 맞고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 후로 여자하인이 숨진 자리에서 바위가 솟아났다. 사람들은 봉수산 중턱에서 들판을 바라보며 서있는 바위를, ‘처녀바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또다른 이름으로는 ‘계집바위’ 라고도 불렀다.

이와 비슷한 전설은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서 전해온다.

 

서산시 석림동 돌미륵 모습

서산시 석남동에는 문화재자료 203호로 지정된 석불입상이 서있다. 이 석불입상에도 비슷한 전설이 전해온다.
 옛날 서산시 수석동 소탐산 기슭에 인색한 부자가 살고 있었다. 어느날 부잣집에 탁발승이 찾아와서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부탁했다. 부자영감은 시주 대신 외양간에 있는 쇠똥을 바랑에 넣어주었다.

"나무 관세음보살……."

 탁발승은 아무 말 없이 쇠똥이 담긴 바랑을 걸머지고 돌아섰다. 이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며느리가 시아버지 몰래 쌀 한바가지를 시주했다.

탁발승은 며느리에게 말하기를,  “지금부터 무조건 서쪽으로 달려가세요. 달리는 도중에 무슨 소리가 들려도 절대로 뒤돌아보면 안됩니다. 나무 관세음보살…….”

며느리는 탁발승의 말을 듣고 무조건 서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한참 달려가는데 뒤쪽에서 천둥벼락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며느리는 탁발승이 뒤돌아보지 말라던 말을 깜빡 잊어버리고 말았다. 집 쪽으로 천둥소리가 떨어지는 것 같아서 급하게 뒤돌아보았다. 그 순간 며느리는 돌미륵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후 마을에 전염병이 창궐했다. 마을 앞으로 지나가던 스님이 말하기를,
 “돌미륵을 정성껏 돌보고 치성을 드리면 액운이 물러날 것이오.”하며 부탁했다.

 마을사람들이 돌미륵 앞에서 정성껏 제를 지내고 나서 전염병이 물러갔다. 이후 돌미륵이 영험하다는 소문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소원을 빌고 갔다.
이 두 편의 전설들은 주변을 배려하지 못하고 인색한 사람은 결국 벌을 받는다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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