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⑳ “후랴들늠”
상태바
우리동네 생활사투리 - ⑳ “후랴들늠”
  • 홍성신문
  • 승인 2020.07.06 09: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성문화원 사무국장 조남민

이니: 자네 집 장꽝에 빈 바텡이 두어 개 깨졌다고 했지? 칠복이 아덜 늠이 새총으루 새 잡는다고 풍신내다가 그랬다느믄.

저니: 저런 후랴들늠을 봤나, 작것이 즤집꺼 놔두고 이랄머리웂시 넘이 집 바텡이는 깨치구 지랄이여 지랄이. 내 이느무 자식을 기냥…

<후랴들늠>을 풀어쓰면, ‘후레 아들(같은) 놈’이다. 후레자식, 호로자식(아들, 새끼)은 현존하는 상당히 험한 욕설에 속한다. 배운 것 없이 막되게 자라 버릇이 없는 사람을 그렇게 부르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한 모욕이나 경멸감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말이다. ‘후레’나 ‘호로’의 어원에 관하여는 여러 의견이 있으나 대체로 ‘후레’는 ‘홀의’의 뜻으로, ‘호로(胡虜)’는 오랑캐를 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후레자식’은 홀어머니의 자식이고 ‘호로자식’은 오랑캐의 자식(아들)이라는 것이다. 어머니 혼자서 홀로 키운 자식(아들)을 ‘홀의 자식’이라고 하였는데, 이때의 ‘홀의’가 ‘후레’ 또는 ‘호로’로 변하였다. 예전에는 ‘아비없이 자란 후레자식’이란 표현도 관용적으로 사용되곤 했다. 아버지 없이 자랐다고 어찌 모두가 버릇없이 자라겠는가마는, 아마도 가부장적인 사회분위기가 그런 말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실제로 홀어머니를 둔 아이들이 학교에서 놀림 받던 일이 몇십 년 전 만 해도 흔히 있었다. 아무튼 ‘후레아들 놈’이 줄어서 ‘후랴들늠’이 되는 것은 우리 동네의 독특한 압축기법과 말에 양념치는 특별한 기술이 조합된 현상인데, 이는 굉장한 욕설이라기보다 웃어른들이 아랫사람을 따끔하게 혼낼 때 쓰는 교훈적인 어감으로 받아들여질 때도 있다. 그러나, 앞에 ‘개’라는 말을 붙이면, 아주 천하에 몹쓸 놈이라는 강력한 뜻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