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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홍성군 홍북면 상하리, 가마밭골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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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홍성군 홍북면 상하리, 가마밭골 사지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9.20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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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없는 여래입상이 국립공주박물관에 서있는 사연
▲ 가마밥골 모습.

우리고장 용봉산에는 예부터 불교관련 유적이 많이 전해온다.

골짜기마다 절터가 있고 관련유적들도 산재해 있다.

용봉산 장군봉 남쪽 기슭에는 가마밥골 사지가 있다. 상하리 상산마을에서 장군봉으로 올라가는 산골짜기다.

지금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되어 나무만 우거진 골짜기가 되었다.

이곳 가마밥골 사지에는 목 없는 여래입상이 땅에 반쯤 묻힌 채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놓여있었다.

 옛시절에 마을 아이들은 가마밥골 사지를 올라다니며 놀이터처럼 사용했다.

절터 공터에서 뛰어놀기도 하고 누워있는 여래입상 위로 올라가서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1980년대 어느날이었다.

 

상산마을이 고향인 한상숙선생(70세,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직)은 이웃마을 내덕리 부근에 갈 일이 있었다.

내덕리 양계장 공터에 목없는 여래입상이 놓여있었다.

한상숙선생은 순간적으로 어린시절에 가마밥골에서 보았던 여래입상이 떠올랐다. 전체적인모습이 어린시절에 절터에서 보았던 여래입상과 비슷했다.

한상숙선생은 양계장 주인에게 여래입상이 여기에 놓여있는 이유를 물었다.

양계장 주인은 낯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이곳에 잠깐 맡겨놓았다고 했다.

며칠 뒤에 양계장에 다시 가서 확인해보았더니 여래입상이 사라지고 없었다.

양계장 주인에게 물었더니 처음 맡겨놓은 사람들이 와서 어디론가 옮겨갔다는 것이었다.

▲ 목 없는 여래입상 모습.

양계장 주인은 여래입상을 옮겨간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서 간신히 알아낸 것은 여래입상을 옮겨간 차 번호였다.

한상숙 선생은 부랴부랴 경찰서와 홍성군청에 연락했다. 차량을 수배하고 박물관에 연락해 차를 수배했다. 차를 수배해 알아본 결과 돌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이 여래입상을 온양 부근의 돌 공장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알아내었다.

이렇게 해 온양 돌 공장으로 찾아가서 여래입상은 다시 되찾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원래 있던 가마밥골 사지로는 돌아올 수가 없었다.

여래입상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국립공주박물관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지금 현재 목 없는 여래입상은 국립공주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서있다. 여래입상을 소개하는 안내판에는 ‘서계신 부처님, 홍성 상하리’라는 안내문구가 있어서, 그의 고향을 밝혀주고 있다. 여래입상의 제작연대는 고려시대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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