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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대기티 고개 성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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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대기티 고개 성황당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4.1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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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 민속신앙·유비무한 정신 전해
▲ 거북이마을 성황당 모습.

대략 20여 년 전쯤에 우리고장 홍성의 민담을 채록하러 다닌 적이 있었다. 은하면에 이야기 잘하는 노인을 찾아갔을 때 성황당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성황당은 마을 어귀나 고갯마루에 원추형으로 쌓아놓은 돌무더기 형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이곳을 지나다닐 때마다 작은 돌을 주워서 얹어놓고 소원을 빌었다. 이렇게 쌓아놓은 돌은 세월이 지나면서 거대한 돌무더기가 되었다. 성황당은 우리 조상들이 믿었던 가장 보편적인 민속신앙이었다.

그런데 마을 노인의 설명에 의하면 성황당은 신앙적인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마을에 외적이 침입했을 때 외적을 막아 싸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무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옛날 마땅한 무기가 없던 시절에 적에게 던질 수 있는 작은 돌은 훌륭한 무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성황당에 쌓아놓은 돌은 외적과 맞서 싸우기 위한 사전 준비였던 것이다.

정초에 성황당 앞에서 제사를 지낼 때 일반적으로 시루떡을 해서 놓는다. 제사가 끝나면 시루떡은 그 자리에 그대로 놓고 오는데 시간이 지나면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제사에 사용하는 시루떡 역시도 전시에 대비하기 위한 식량이라고 설명했다. 외적이 침입했을 때 밥을 제대로 챙겨먹을 겨를이 없으므로 급한 대로 시루떡을 물에 불려서 먹으며 싸우기 위한 대비책이라는 것이다.

노인의 설명대로라면 신앙적인 의미로만 생각했던 성황당이 외적의 침입에 대비한 철저한 유비무환의 정신도 함께 담겨있었던 것이다. 노인의 설명을 들으면서 참으로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깊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성황당은 우리 주변 고갯마루나 마을 어귀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로 마을길을 넓히면서 거의 파괴되고 없어졌다. 이제는 민속촌에나 가야 만날 수 있는 유적이 되었다.

▲ 대기티고개 성황당 모습.

우리고장 홍성에서는 성황당의 흔적이 원형대로 남아있는 곳이 있다. 삼준산 기슭 갈산면 운곡리에서 내갈리로 넘어가는 대기티 고개에 성황당 돌무더기가 남아있다.

대기티고개는 옛날에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고개였다. 서산과 홍성으로 통하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고갯길이었으며 홍주목사가 해미 방면으로 민정시찰을 나갈 때에도 다녔던 길이라고 한다.

대기티고개는 삼준산을 우회하는 신작로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지 오래이다. 옛 고갯길은 수십 년 간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졌고 잡목들만 우거져 있다.

대기티고개는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덕분으로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산과 홍성을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몇 개씩 얹어놓고 소원을 빌던 거대한 돌무더기도 그대로 남아있다.

구항면 내현리 거북이마을에도 성황당의 흔적이 비교적 원형에 가깝게 남아있다. 이 고갯길은 거북이마을에서 구항면소재지로 통하는 길이었다. 이 고갯길 역시도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지면서 옛 모습대로 남아있다. 지금은 마을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성황당을 잘 보존하고 있다.

본래 성황(城隍)은 ‘성(城)’과 ‘황(隍)’을 뜻하는 말이라고 한다. 성을 지키기 위해 주변에 파놓은 해자(垓字, 성 둘레에 파놓은 연못)를 황(隍)이라고 한다.  성(城)과 황(隍)이 성 안에 사는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뜻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성황신앙은 고려시대에 중국으로부터 전래되었다고 한다.

우리고장에서는 성황당을 서낭당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 조상들의 민속신앙과 함께 유비무환 정신이 전해오는 성황당은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기티 고개의 성황당을 옛 모습대로 복원하여 잘 가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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