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보개산 사랑바위와 옻나무
상태바
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보개산 사랑바위와 옻나무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4.12 1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상과부의 간절한 소원도 들어주었나 …
▲ 거북이마을 사랑바위 모습.

우리고장 구항면 내현리에 위치한 보개산은 이야기 거리가 참으로 많은 산이다. 보개산 여기저기에 흩어진 바위마다 풍성한 이야기가 전해온다. 할미바위, 말바위, 곰보바위, 삼형제바위, 자라바위, 범바위 등은 생김새 별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담아놓고 있다. 바위마다 얽힌 사연들을 들으며 산길을 걸으면 등산의 재미가 배가된다.

보개산 감투봉 아래에는 최근에 발견된 재미있는 바위 하나가 있다. 옛날에는 산고랑에 푹 파묻혀서 보이지 않던 바위다.

보개산 중턱 허리를 지나는 임도가 생겨나면서 최근에 밖으로 드러난 바위다.

바위 이름이 ‘사랑바위’다.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의 형태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부터 마을에는 처녀들이 사랑바위 앞에서 소원을 빌면 원하는 일이 성취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특히 시집 못간 노처녀들이 시집가기를 원하며 간절히 기도하면 틀림없이 소원이 이뤄졌다고 한다. 인근 처녀들이 남몰래 바위 아래에 와서 시집가기를 빌던 바위였다고 한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사연 하나가 함께 전해오고 있다.

거북이마을 양반댁으로 시집온 새댁이 두 달 만에 청상과부가 된 일이 있었다고 한다.

여인은 평생동안 수절과부로 살아갈 생각을 하며 눈앞이 캄캄했다. 차라리 일찍 남편을 따라가는 것이 좋을 것만 같았다. 시집올 때 친정어머니가 꼭꼭 쥐어주던 은장도를 갖고 자결을 생각했다.

여인이 남편을 따라 자결하면 본인에게는 열녀라는 자랑스런 이름이 주어질 것이었다. 또한 양반집 시댁은 열녀를 배출한 집안이라고 하여 더욱 가문이 빛날 것이었다. 마을 어귀에는 울긋불긋한 열녀문도 세워질 것이었다.

하지만 여인은 죽음을 결심했어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몇날며칠 고민만 하다가 산 중턱 사람바위 앞으로 올라갔다. 매일 밤마다 사랑바위 앞에서 자신을 빨리 남편 곁으로 데려가 달라고 빌고 또 빌었다.

 젊은 여인이 밤마다 사랑바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시댁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시댁에서는 젊은 며느리가 혼자 살 수 없으므로 다른 곳으로 시집가게 해달라고 비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하나….”

시댁 어른들은 밤마다 사랑바위로 올라가는 여인을 바라보며 대책을 의논했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집안 망신을 당할 것만 같아서 걱정이 앞섰다.

“사랑바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을까?”

집안 어른들은 머리를 싸매고 걱정하다가 방법 한 가지를 생각해 내었다. 사랑바위 주변에 옻나무를 잔뜩 심어놓기로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밤마다 사랑바위로 올라가던 여인은 온몸에 옻이 올라서 큰 고생을 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사랑바위에 올라가지 못하고 온몸을 긁적이며 끙끙 앓았다.

“그러면 그렇지. 그거 참으로 잘된 일이로구나.”

집안어른들은 젊은 여인이 옻에 올라 고생하는 모습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젊은여인은 옻이 올라 고생고생하다가 결국 일찍 숨을 거두게 되었다.

양반집 시댁에서는 며느리가 일찍 세상을 떠나자 어떻게 표정관리를 했을지 궁금하기만 하다.

아마도 남편을 따라 자결한 열녀라고 치켜세웠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열녀를 배출한 양반 가문이라고 자랑스럽게 외쳤을 지도 모를 일이다.

지금도 사랑바위로 오르는 산고랑 주변에는 옻나무가 많다. 옛날에 젊은 여인이 사랑바위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심어놓은 옻나무라고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