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등잔걸이 전설’
상태바
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등잔걸이 전설’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4.09 15: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반딧불이에 속아 하관시간 놓치고…
▲ 등잔걸이 명당터

우리고장 갈산면에 위치한 삼준산은 홍성군과 서산시의 경계이다. 옛날 삼준산 명덕봉 기슭은 서산시 고북면에서 갈산면 내갈리를 경유하여 홍성으로 통하는 큰 고개가 있었다.

이 고개 이름이 ‘대기티고개’이다. 옛시절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하던 대기티 고개는 이런저런 숱한 이야기만 남겨놓은 채, 현재는 사람들의 왕래가 없어지면서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이다.

대기티 고개를 넘어오면 주변 양지바른 곳마다 잘 가꿔진 산소들이 많다. 남향으로 양지바른 장소에 자리잡은 산소들은 대부분 명당자리로 알려져 있다. 대기티고개 주변 명당터 중에서 ‘등잔걸이’라고 부르는 산소가 있다. 등잔걸이는 벽에 등잔을 걸어놓는 모양처럼 주변보다 약간 불룩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말한다. 풍수지리상으로는 ‘괘등(掛燈)형 명당터’의 다른 표현이라고 한다.

옛사람들에게 대기티고개 등잔걸이는 오가는 사람들의 훌륭한 휴식처였다. 등잔걸이 넓고 평평한 언덕은 높은 대기티 고개를 넘어온 나그네들의 편안한 쉼터였다. 삼준산으로 나무를 다니던 나무꾼들에게도 나뭇짐을 받쳐놓고 정거장처럼 휴식을 취하던 추억속의 쉼터이다.

대기티고개 등잔걸이에 전해오는 전설도 재미있다.

옛날 어느 부잣집에서 등잔걸이에 산소자리를 마련하고 조상의 산소를 모실 때였다. 공교롭게도 하관시간이 밤 12시로 결정되었다. 옛날에는 장례를 치르면서 시신을 땅속에 묻는 하관시간을 무척 중요시 여겼다.

옛날에 시계가 없던 시절이었으므로 깊은 산중에서 시간을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궁리 끝에 산 아래에서 등불을 켜서 매달아놓으면 자정을 알리는 신호로 삼기로 했다.

등잔걸이에 올라간 상여는 시신을 내려놓고 산 아래에서 등불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낮부터 준비한 음식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면서 밤 1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삼준산 깊은 산중에서 시간이 어느정도 흘러갔는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모두 정신을 집중하여 산 아래에서 등불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사람들이 대충 짐작으로 밤 12시가 가까워졌다고 짐작할 무렵이었다. 산 아래를 내려다보던 중에 희미한 불빛이 나타났다.

▲ 대기티고개 입구

“저기 등불이다!”

누군가 제일 먼저 불빛을 발견한 사람이 반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불빛이 왜 저렇게 희미할까?”

“한 두 개도 아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네?”

누군가 고개를 갸웃하며 미심쩍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분명히 불빛은 불빛인데 등불처럼 환하게 보이질 않았다. 여기저기 흩어져서 움직이는 모습이 예사 등불이 아닌 듯했다.

“산 아래 멀리 떨어져서 희미하게 보이는 거겠지. 그리고 등불을 여러 개 켜서 매달아놓은 거겠지.” 몇몇 사람들은 등불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맞아, 시간이 늦기 전에 빨리 서두릅시다.”

예나 지금이나 목소리 큰 사람이 분위기를 좌지우지하기 십상이다. 한쪽에서는 등불이 아닌 것 같다고 신중한 모습이었지만, 목소리 큰 사람들이 분위기를 압도하며 하관을 서둘렀다.

사람들은 등불 신호에 맞춰서 하관을 한 후에 뒷마무리까지 무사히 마쳤다. 산소를 완성한 후에 밤길을 더듬으며 산 아래로 내려왔다.

아뿔싸!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산 아래로 내려온 일행들은 그만 말문이 막혀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산 아래 여기저기 흩어져서 움직이던 등불은, 반딧불이의 불빛이었다. 한여름 밤에 반딧불이가 떼로 나타나서 여기저기 움직이는 모습을 등불로 잘못 본 것이었다.   사람들은 반딧불이에 속은 것을 알고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 굴렀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특히 상주들은 속상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등잔걸이 명당터는 반딧불이 불빛을 등불로 착각했다는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 하관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명당터의 효력이 반감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지금은 이곳을 넘나들던 사람들도 대부분 고인이 되었거나 나이가 고령이 되었다. 대기티 고개를 넘나들던 길손들과 산 아래 마을사람들에게는 추억이 깃든 장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