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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간월암과 무학대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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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간월암과 무학대사 이야기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3.19 1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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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더 나오게 바위구멍 넓혔더니 쌀대신 물이…
▲ 간월암 모습

우리고장 서산시 부석면 간월도리에 간월암(看月庵)이 있다. 간월암은 무학대사가 수도하던 중에 문득 달을 보고 깨우침을 얻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아울러 간월암과 주변지역에는 무학대사와 관련된 일화가 많이 전해온다.

무학대사가 동자승 한 명을 데리고 절에서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 무학대사와 동자승은 절 밖으로 나가서 탁발을 다닐 필요가 없었다. 절 뒤에 있는 바위에서 쌀이 나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바위에서 나오는 쌀은 대사와 동자승이 허기를 채우기에는 부족한 양이었다.

이후 무학대사가 절을 떠나고 다른 스님이 들어왔다. 바위에서 쌀이 나왔지만 배를 채우기에는 부족한 양이었다. 바위 구멍이 좁아서 그런 것으로 생각하고 구멍을 넓게 파내었다. 그뒤로 바위에서 쌀이 나오지 않고 물이 나오게 되었다. 쌀이 나오던 바위는 요사채를 지으면서 없어지고 말았다.

▲ 간월암 경내에 서있는 수령 250년 된 사철나무. 사철나무 뒤쪽으로 수령 150년 된 팽나무가 서 있다.

서산시 부석면 창리 앞바다에는 토끼섬이라고 부르는 작은 섬이 있다. 토끼섬에서 간월암까지는 나룻배로 20여분 거리이다.

옛날 토끼섬에 절이 하나 있었는데, 절의 주지는 도력이 뛰어난 스님이었다. 무학대사와 토끼섬 주지는 종종 왕래를 하는 사이였다. 그런데 이들 두 분 스님은 배를 타고 건너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방 절을 방문 할 때마다 종이버선을 신고 바다를 건너다녔다고 한다.

지금은 토끼섬에 있던 절이 폐사되었다. 절에 빈대가 많아서 도저히 스님들이 거처할 수 없게 되면서 폐사시켰다는 것이다. 지금도 옛날 절터에는 기왓장이 남아있는데, 기왓장을 떠들어보면 빈대가 있다고 한다.

무학대사가 간월암에서 수도생활을 하다가 멀리 떠나게 되었다. 절을 떠나면서 나뭇가지로 지팡이를 만들어 간월암 마당에 꽃아 놓았다.

▲ 토끼섬 모습.

나뭇가지를 꽂으며 말하기를,

 “이 나무가 살아있으면 내가 살아있는 줄 알고, 나무가 죽으면 죽은 줄 알아라.”

하였다.

이후 나뭇가지는 뿌리를 내리고 무럭무럭 자랐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른 후 어느날 시름시름 죽어갔다. 사람들은 무학대사의 예언대로 대사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른 후에 죽은 나뭇가지에서 다시 잎이 나오고 살아났다. 사람들은 죽은 무학대사가 환생한 것으로 생각했다.

지금 간월암 마당에는 수령 250년 된 사철나무와 150년 된 팽나무가 자라고 있다. 혹시 이 나무 중에 한 그루는 무학대사가 절을 떠날 때 꽃아 놓았다는 전설 속의 나뭇가지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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