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고장 태안읍 동문리에 옛날 태안군수가 근무했던 동헌건물 목애당(牧愛堂)이 있다. 목애당이라는 이름 속에는, 이곳에 부임하는 목민관들이 백성을 위하고 사랑하라는 정신을 담아놓은 것이라는 생각된다.
옛날 태안군수로 부임했던 많은 목민관들 중에, 열다섯 살 어린 나이로 이곳에 부임했던 송관화 군수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송 군수는 열다섯 살 어린나이에 태안군수로 부임하여 현명한 재판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화들이 기록으로 전해온다.
송관화 군수가 태안으로 부임하며 주막에 들어가 잠깐 쉬고 있는데 포수와 농부가 달려와서 재판을 부탁했다. 포구가 먼저 말하기를,
“제가 총으로 수달피를 쏘아서 잡았는데, 이양반이 자기 집 개가 잡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이어서 농부가 말하기를,
“아닙니다. 우리 집 개가 수달피를 쫓아가서 입으로 물고 잡으려는 찰나에, 포수가 총을 쏘고는 자기가 잡았다고 우기는 것입니다.”
포수와 농부는 서로가 수달피의 주인이라고 싸우는 것이었다.
송 군수와 함께 동행 했던 사람들은 어린 군수가 어떻게 판결할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어린 송 군수는 한참동안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며 농부에게 물었다.
“댁의 개는 왜 수달피를 공격했겠소? 고기가 탐이 났겠소, 아니면 가죽이 탐이 났겠소?”
“저희 집 개는 수달피의 고기가 탐이 났을 것이옵니다.”
농부의 대답을 들은 송 군수는 포수에게 물었다.
“포수 당신은 왜 수달피를 쏘았소? 고기가 탐이 난거요, 아니면 가죽이 탐이 난 거요?”
“예, 저는 수달피 가죽이 탐이 났사옵니다.”
농부와 포수의 대답을 들은 송 군수는 빙그시 웃으며 말했다.
“개의 욕심은 고기에 있고 사람이 욕심은 가죽에게 있었구나. 그러니 수달피의 가죽은 사람에게 주고 고기는 개에게 주어라.”
숨죽이며 듣고 있던 사람들은 송 군수의 명 판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훌륭한 목민관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송 군수가 부임하여 근무하는데 육방관속들이 얕잡아 보며 수시로 지혜를 시험하곤 했다.
어느날 말 못하는 벙어리가 관아에 찾아와서 손짓과 몸짓을 하며 하소연 했다. 아전들은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어린 군수를 골려주고 싶어서 동헌 안으로 보냈다.
벙어리는 송 군수 앞에 와서 몸짓과 손짓으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더구나 아전들이 자신을 골려주기 위해서 일부러 동헌으로 보냈다는 것을 눈치 채었다.
송 군수는 한참 있다가 아전들을 불렀다.
“이놈드을! 너희들은 말 못하는 벙어리라고 얕보고 억울한 일을 해결해줄 생각을 안하고 뭐하는 짓이냐! 지금 당장 뒤따라가서 이 사람이 가리키는 자를 잡아오너라!”
송 군수는 젊은 벙어리에게 손짓과 발짓으로 설명하며 아전들과 함께 집으로 돌려보냈다. 벙어리는 어느 부잣집 대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주인을 향해 손짓하며 소리소리 쳤다. 아전들은 송 군수의 명령대로 부잣집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송 군수는 다짜고짜 부잣집 주인에게 호령했다.
“네 이노옴! 내가 이미 모두 조사해서 알고 있느니라. 어서 빨리 네가 저 불쌍한 벙어리에게 잘못한 일들을 자백하렷다!”
부잣집 주인은 벌벌 떨며 자백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벙어리를 머슴으로 부려먹고 한 푼도 품삯을 주지 않았다는 자백이었다.
송 군수는 다시 엄하게 호령했다.
“이노옴! 말 못하는 벙어리라고 함부로 무시하고 품삯도 주지 않은 죄를 법으로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지 않은 품삯을 제대로 따져 준다면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부잣집 주인은 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이 너무도 반가웠다.
“예, 예, 잘 알겠사옵니다. 그동안 밀린 품삯을 당장 주겠사옵니다.”
송 군수는 이렇게 벙어리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주었다. 어린 군수라고 얕잡아 보던 육방관속들도 송 군수의 지혜에 감탄하며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송군수가 집무했던 태안 동헌 목애당(牧愛堂)의 이름이 새롭게 다가온다. 백성을 사랑하고 힘없는 자를 잘 보살폈던 송 군수와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자료출처 : 최주연, 서산전설집, 서산문화원, 199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