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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열다섯 살 어린 원님과 목애당(牧愛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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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열다섯 살 어린 원님과 목애당(牧愛堂)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1.30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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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 동헌 목애당 모습.

우리고장 태안읍 동문리에 옛날 태안군수가 근무했던 동헌건물 목애당(牧愛堂)이 있다. 목애당이라는 이름 속에는, 이곳에 부임하는 목민관들이 백성을 위하고 사랑하라는 정신을 담아놓은 것이라는 생각된다.

옛날 태안군수로 부임했던 많은 목민관들 중에, 열다섯 살 어린 나이로 이곳에 부임했던 송관화 군수의 이야기가 전해온다. 송 군수는 열다섯 살 어린나이에 태안군수로 부임하여 현명한 재판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한 일화들이 기록으로 전해온다.

송관화 군수가 태안으로 부임하며 주막에 들어가 잠깐 쉬고 있는데 포수와 농부가 달려와서 재판을 부탁했다. 포구가 먼저 말하기를,

“제가 총으로 수달피를 쏘아서 잡았는데, 이양반이 자기 집 개가 잡았다고 우기고 있습니다.”

이어서 농부가 말하기를,

“아닙니다. 우리 집 개가 수달피를 쫓아가서 입으로 물고 잡으려는 찰나에, 포수가 총을 쏘고는 자기가 잡았다고 우기는 것입니다.”

포수와 농부는 서로가 수달피의 주인이라고 싸우는 것이었다.

송 군수와 함께 동행 했던 사람들은 어린 군수가 어떻게 판결할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보았다. 어린 송 군수는 한참동안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며 농부에게 물었다.

“댁의 개는 왜 수달피를 공격했겠소? 고기가 탐이 났겠소, 아니면 가죽이 탐이 났겠소?”

“저희 집 개는 수달피의 고기가 탐이 났을 것이옵니다.”

농부의 대답을 들은 송 군수는 포수에게 물었다.

“포수 당신은 왜 수달피를 쏘았소? 고기가 탐이 난거요, 아니면 가죽이 탐이 난 거요?”

“예, 저는 수달피 가죽이 탐이 났사옵니다.”

농부와 포수의 대답을 들은 송 군수는 빙그시 웃으며 말했다.

“개의 욕심은 고기에 있고 사람이 욕심은 가죽에게 있었구나. 그러니 수달피의 가죽은 사람에게 주고 고기는 개에게 주어라.”

숨죽이며 듣고 있던 사람들은 송 군수의 명 판결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으로 훌륭한 목민관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 태안관아 전경.

송 군수가 부임하여 근무하는데 육방관속들이 얕잡아 보며 수시로 지혜를 시험하곤 했다.

어느날 말 못하는 벙어리가 관아에 찾아와서 손짓과 몸짓을 하며 하소연 했다. 아전들은 도무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이럴 때 어린 군수를 골려주고 싶어서 동헌 안으로 보냈다.
벙어리는 송 군수 앞에 와서 몸짓과 손짓으로 열심히 설명을 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서 억울한 사연을 호소하는 듯했다. 하지만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더구나 아전들이 자신을 골려주기 위해서 일부러 동헌으로 보냈다는 것을 눈치 채었다.

송 군수는 한참 있다가 아전들을 불렀다.

“이놈드을! 너희들은 말 못하는 벙어리라고 얕보고 억울한 일을 해결해줄 생각을 안하고 뭐하는 짓이냐! 지금 당장 뒤따라가서 이 사람이 가리키는 자를 잡아오너라!”

송 군수는 젊은 벙어리에게 손짓과 발짓으로 설명하며 아전들과 함께 집으로 돌려보냈다. 벙어리는 어느 부잣집 대문 안으로 들어가더니 주인을 향해 손짓하며 소리소리 쳤다. 아전들은 송 군수의 명령대로 부잣집 주인을 끌고 돌아왔다. 송 군수는 다짜고짜 부잣집 주인에게 호령했다.

“네 이노옴! 내가 이미 모두 조사해서 알고 있느니라. 어서 빨리 네가 저 불쌍한 벙어리에게 잘못한 일들을 자백하렷다!”

부잣집 주인은 벌벌 떨며 자백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벙어리를 머슴으로 부려먹고 한 푼도 품삯을 주지 않았다는 자백이었다.

송 군수는 다시 엄하게 호령했다.

“이노옴! 말 못하는 벙어리라고 함부로 무시하고 품삯도 주지 않은 죄를 법으로 엄하게 다스려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지 않은 품삯을 제대로 따져 준다면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 하겠느냐?”

부잣집 주인은 죄를 묻지 않겠다는 말이 너무도 반가웠다.

“예, 예, 잘 알겠사옵니다. 그동안 밀린 품삯을 당장 주겠사옵니다.”

송 군수는 이렇게 벙어리의 억울한 사연을 해결해주었다. 어린 군수라고 얕잡아 보던 육방관속들도 송 군수의 지혜에 감탄하며 더 이상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고 한다.

송군수가 집무했던 태안 동헌 목애당(牧愛堂)의 이름이 새롭게 다가온다. 백성을 사랑하고 힘없는 자를 잘 보살폈던 송 군수와 잘 어울리는 이름인 것 같다.

(자료출처 : 최주연, 서산전설집, 서산문화원,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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