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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육방관속의 텃세를 고쳐놓은 어린 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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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육방관속의 텃세를 고쳐놓은 어린 원님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1.2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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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안동헌 모습.

우리 주변에는 어린 나이로 지방에 부임한 원님들이, 지역민들의 텃세를 물리치며 지혜로운 일처리를 했던 일화가 많이 전해오고 있다. 열다섯 살 어린나이에 태안군수로 부임한 송관화 군수의 이야기가 태안지방에 재미있게 전해오고 있다.

열다섯 살 어린 군수가 부임해오자 육방관속들이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텃세가 심했다. 어린 군수를 얕보고 제멋대로 일처리를 하는 아전들을 지켜보던 송 군수는 지역순찰을 나가면서 수수밭 앞에서 멈췄다.

송 군수는 수행한 아전들에게 수수밭에서 자라고 있는 수숫대를 하나씩 꺾어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수숫대를 꺾지 말고 도포 소매 속에 넣어보라고 지시했다. 아전들은 사람 키보다도 크게 자란 수숫대를 도포 소매 속에 집어넣을 수가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송 군수가 크게 호령했다.

“이놈 드을! 불과 몇 달 자란 수숫대 하나도 소매 속에 넣지 못하는 것들이, 십오 년 동안이나 자란 나를 너희들 손 안에 집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앞으로 나이 어린 군수라고 우습게보며 텃세를 부리는 놈들은 법대로 처리할 것이다!

어린 군수의 호령에 수행한 아전들은 그 자리에서 무릎 꿇고 잘못을 빌었다. 하지만 아전들의 기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었다. 송 군수는 다시 엄하게 지시했다.

“너희들은 오늘부터 3일 안에 질그릇으로 만든 갓과 굽 높이가 세자씩 되는 나막신을 한 켤레씩 만들어 갖고 등청하도록 해라!

송 군수는 엄하게 지시하고 관아로 돌아왔다. 그동안 어린 군수를 얕보고 제멋대로 행동했던 아전들은 3일 동안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질그릇 갓과 굽 높은 나막신을 만들어갖고 등청했다.

“내가 그동안 너희들 하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고개가 너무도 빳빳하여 숙일 줄 모르는데, 쓰고 다니는 갓이 너무 가벼워서 그런 것 같구나. 그리고 걸음걸이가 너무 가벼워 조심성 없이 걷는 것도 신발이 가벼워서 그런 것이다. 오늘부터 관아에서 근무할 때나 등청할 때는 굽 높은 나막신을 신고 질그릇 갓을 쓰고 다니거라! 내 명을 조금이라도 어기는 자는 큰 벌로 다스릴 것이다!”

육방관속들은 송 군수의 추상같은 지시를 어길 수가 없었다.

▲ 송관화 군수 애민선정비.

이날부터 육방관속들은 머리에 질그릇 갓을 쓰고, 굽이 세자나 되는 나막신을 신고 근무해야 했다. 무거운 질그릇 갓을 쓰고 있으려니 고개가 부러지는 것 같았고, 굽 높은 나막신까지 신고 다니려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넘어지기가 일쑤였고 머리에 쓴 질그릇 갓이 떨어질 것 같아서 조심스럽고 불편한 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며칠 동안 끙끙거리며 고생하던 육방관속들은 동헌으로 나와 송 군수 앞에 무릎을 꿇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군수님, 그동안 저희들이 잘못했사옵니다. 앞으로는 군수님을 지성으로 잘 모시겠사옵니다. 그리고 백성들 앞에서도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행동 하겠사옵니다!”

육방관속들은 송 군수 앞에서 손바닥이 닳도록 싹싹 빌며 용서를 빌었다.

“너희들이 잘못을 깨달았으니 이번에는 용서해주겠다. 하지만 앞으로 두 번 다시 군수 앞에서 불손한 행동을 하거나 백성들을 우습게 알고 괴롭히는 자는 일벌백계로 엄하게 다스릴 것이다.”

그 뒤로 텃세가 심하던 관아의 아전들은 송 군수를 잘 보필했다고 한다. 또한 백성들 앞에서 거만하던 행동들도 모두 고쳤다고 한다.

지금도 사람들이 잘못을 하고 거만한 행동을 할 때면,

“당신도 질그릇 갓을 써봐야 정신을 차리겠군.”

하는 우스갯소리가 태안 지방에 전해오고 있다.

태안 동헌 뜰에는 송관화 군수의 ‘애민선정비(愛民善政碑)’가 서있다. 애민 선정비 앞에 서있으면, 송관화 군수의 지혜롭고 백성을 사랑했던 옛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자료출처 : 최주연, 서산전설집, 서산문화원,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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