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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고양이의 복수를 죽음으로 막아낸 개 세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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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고양이의 복수를 죽음으로 막아낸 개 세 마리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8.01.02 1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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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황금 개 띠 해를 맞이하여, 개와 관련된 의미 있는 이야기를 찾아보았다. 우리고장에 전해오는 전설과 민담 중에서 개와 관련된 민담이 있기에 소개해본다.

옛날에 높은 벼슬을 했던 대감이 낙향하여 살고 있었다. 어느날 부모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음식을 차렸는데,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제사상에 먼저 올라가고 있었다. 화가 난 대감은 젓가락을 집어던졌는데, 그만 고양이의 눈에 정통으로 맞았다. 고양이는 한쪽 눈을 실명한 채 주인집에 원한을 품고 집에서 나갔다.

몇 년 세월이 흐른 후에 스님 한 분이 대감 집에 시주를 왔다가 집안에 살기가 가득하다고 일러주었다. 살기는 사람이 아니고 동물이 품어대는 살기라고 했다. 대감이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여러 해 전에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가 떠올랐다.

당시에 주인집에서 피를 흘리고 도망간 암고양이는 야생이 되어 항상 복수를 다짐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발정이 되면서 사나운 살쾡이와 교미하여 새끼 두 마리를 낳아서 기르고 있엇다. 새끼들이 힘센 고양이로 성장하면 함께 달려가서 복수를 할 계획으로 열심히 훈련을 시키며 때를 기다렸다.

스님은 고양이의 복수를 막아내기 위한 방법을 종이쪽지에 적어주고 떠났다.

‘삼족구(三足狗), 삼두육(三頭育), 삼처수(三處守)’

즉 “발이 세 개 달린 개를 세 마리 구하여 기른 후에 세 곳을 지키게 하라.”는 뜻이었다.

대감이 생각하기에는 어느 한 가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하고 방을 붙여서 간신히 발이 세 개 달린 개를 세 마리 구입하였다. 개 세 마리는 무럭무럭 자라나서 서열대로 자기 영역을 차지하며 자리를 잡고 살았다. 세 마리의 개 중에서 힘이 제일 강한 개는 부엌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힘이 센 개는 안마당을 차지했고, 힘이 제일 약한 개는 바깥마당을 차지했다.

대감은 세 곳을 어떻게 지키도록 할지 걱정이 많았지만 자연스럽게 해결되어서 다행이었다. 힘이 제일 강한 개는 먹을 것이 많은 부엌을 차지했고 두 번째 서열의 개는 안마당을 차지했고 힘이 제일 약한 개는 부엌에서 제일 먼 바깥마당으로 자연스럽게 영역을 결정하는 것이었다.

드디어 복수를 다짐하던 암고양이가 야밤에 새끼들을 데리고 대감 집을 습격해왔다. 힘이 제일 센 암고양이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부엌에서 안방으로 통하는 샛문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주인에게 복수하기 제일 좋은 코스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힘이 제일 강한 개가 부엌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큰 싸움이 벌어졌다.

이렇게 부엌과 안마당과 바깥마당으로 각각 공격해오던 고양이들은 뜻하지 않게 버거운 상대를 만나서 쉽게 집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개와 고양이들은 밤새 괴성을 지르며 혈투를 벌였고 겁에 질린 식구들은 부들부들 몸을 떨며 밤을 새웠다. 밤새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움을 벌인 개와 고양이들은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잠해지고 있었다.

날이 완전히 밝아오자 식구들은 조심조심 밖으로 나왔다. 부엌과 안마당과 바깥마당에는 개와 고양이들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모두 죽어있었다. 이렇게 대감은 스님의 도움으로 새발달린 개 세 마리를 잘 키워서 고양이의 복수를 무사히 피할 수 있었다는 옛이야기다.

옛이야기는 재미 위주로 만들어졌지만, 그 속에는 보물 같은 교훈이 담겨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하찮은 미물에게라도 원한 살 행동을 하지 말자는 뜻일 것이다. 또한 죽음으로 주인을 살려낸 개의 인간에 대한 의리와 충성심을 부각시킨 이야기이기도 하다.

2018년 개띠 해에는, 주인에 대한 의리와 충성심으로 가득한 개의 특성을 닮은 멋진 이웃과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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