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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부여군 부여읍 ‘부소산의 고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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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길 주변의 숨겨진 이야기/ 부여군 부여읍 ‘부소산의 고란사’
  • 김정헌<동화작가·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17.12.1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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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사 약수와 금슬 좋은 노부부
▲ 삼천궁녀 전설을 간직한 낙화암.

우리고장과 이웃한 부여 부소산성은 옛 백제의 마지막 왕궁이 있던 곳이다. 백제가 멸망하던 당시에 백마강에 몸을 던져 꽃다운 목숨을 버렸던 삼천 궁녀 이야기가 전하는 낙화암은 사시사철 찾는 이들로 줄을 잇는다.

낙화암 바로 아래로는 고란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다. 고란사에는 백제 임금들이 마셨다는 약수가 있고 약수터 절벽에는 고란초가 자생한다. 고란사의 절 이름도 고란초에서 유래한다고 전해온다.
부소산의 고란초와 고란사 약수에 관한 전설이 재미있게 전해오고 있다.

고란초 전설을 설명하는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은 유래가 적혀있다. 옛날에 원효대사가 강 아래쪽을 지나면서 강물을 마셨는데 물맛이 너무도 좋았던 모양이다. 원효대사는 강물을 따라 물맛이 좋은 상류 쪽으로 더듬어 올라오다가 부소산 절벽에서 고란초를 발견하여 세상에 알렸다고 한다. 고란초가 자생하는 바로 아래쪽에 물맛이 좋은 약수가 있었던 것이다.

백제 임금들은 고란초가 자생하는 절벽 아래 약수를 떠다 마셨는데, 궁녀들이 절벽 아래까지 내려가서 약수를 제대로 떠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절벽 아래 약수를 제대로 떠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란초 잎을 물에 띄워오도록 했다고 한다.

▲ 고란사 약수.

고란초 약수는 한 잔 마실 때마다 삼 년씩 젊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아득한 옛날 옛적에 부소산 기슭에 금술 좋은 노부부가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노부부에게는 자식이 없었다. 젊은 시절부터 백방으로 수소문하여 좋은 약과 의원을 찾아다니며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헛일이었다.

금슬 좋은 노부부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애가 타들어갔다. 그러던 어느날 부인은 꿈속에서 백발의 노인으로부터 부소산 약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고란사 바위 절벽에는 고란초가 자생하고 있느니라. 고란초 잎의 이슬 맺힌 물과 바위틈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섞여있는 약수는 노인이 회춘하는데 더없이 좋은 약이니라.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삼년씩 젊어지는 약수이므로, 남편에게 약수를 마시도록 하면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니라.”

부인은 아침에 꿈에서 깨어나며 남편에게 고란사 약수터에 다녀오라고 전했다. 고란사 약수물이 젊어지는 특효약이므로 몇 잔 마시고 오면 젊음을 되찾을 것이라고 귀띔해줬다. 남편은 부인이 시키는 대로 고란사 절벽 아래 약수를 찾아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

아침에 출발한 남편은 오후가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저녁때가 지나가고 밤이 되었는데도 남편은 소식이 없었다.

부인은 밤새 뜬눈으로 남편을 기다리다가 새벽녘에 남편을 찾아 나섰다. 아직까지 어둠이 깔리려있는 새벽길을 더듬더듬 걸어서 고란사 절벽 아래 약수터까지 도착했다.

▲ 고란사 전경.

약수터까지 도착했지만 남편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약수터 앞에 갓난아기 한명이 누워있는 것이었다.

부인이 갓난아기 앞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았더니, 아기는 몸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옷을 입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남편의 옷이었다. 부인은 그때서야 깜짝 놀라며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아뿔사! 내가 남편에게 약수 한 잔을 마실 때마다 삼년씩 젊어진다는 얘기를 못해줬구나!”

부인은 갓난아기로 변해있는 남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젊어지고 싶은 욕심에서 약수를 한없이 퍼마신 것이 틀림없었다.

부인은 갓난아기로 변해있는 남편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서 정성껏 돌보기 시작했다. 갓난아기는 무럭무럭 자라서 훌륭한 인물이 되어 나라에 큰 공을 세웠다는 이야기다.

백제 임금들이 마셨다는 고란사 약수는 지금도 옛이야기를 전하며 넉넉하게 고여 있다. 다만 고란초가 멸종 위기에 놓여있다는 소식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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