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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기본/문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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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기본/문양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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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2.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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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양 로(은하감리교회 담임목사)

걱정섞인 한숨을 쉬며 정치의 기본을 생각해 보자
예전에 어느 제과 회사에서인가 베이직(Basic)이란 어린이 과자를 만들어 인기를 끌었던적이 있었다. 베이직이란 말은 영어로 그 뜻은 '기초적인' 또는 '근본적인' 이다. 이 제과 회사는 이 과자를 광고하며 '기본을 잘지켜서 만든 과자'란 카피를 사용했다. 사실 이 과자가 베이직이란 이름을 단 이유를 보면 재미가 있다. 기본적으로 과자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정시간의 반죽하는 시간과 약한 불에서 천천히 굽는 시간을 잘지켜야 과자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이것이 과자 많드는 과정의 기본이다. 그런데 그렇게 과자를 만들다보면 시간이 길어지고 넓은 장소를 가져야하고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그만큼 과자를 만드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뜻이기 때문에 과자 회사들이 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이 회사는 이점을 광고에 이용한 것이다. 다른 회사는 그런 기초적인 과정을 지키지 않지만 자기 회사는 복잡하고 돈이 많이 들더라도 그러한 기초적인 과정을 잘 지켜서 과자를 만든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해 베이직 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에서 한가지 웃지못할 논리를 발견할 수있다. 사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기본을 잘지킨것으로는 자랑할거리가 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심한 비약일지 모르지만 강아지는 꼬리를 잘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집 강아지는 꼬리를 잘쳐"라고 자랑한다면 싱거운 사람 대접을 받는다. 좀더 구체적인 예를 들면 사과 나무에서 사과가 열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고 그것이 사과 나무의 기본인데 "우리집 사과 나무에서는 사과가 열려"하고 자랑한다면 바보 취급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만약 사과나무에서 배가 열린다든지 강아지가 야옹 야옹하고 운다든지 한다면 모르지만 기본을 지키는 것이 자랑거리이고 광고할 만한 내용이라는 것은 사실 이해가가지 않는다.

그러면 왜 그 회사는 기본을 지키는 것을 자랑하며 광고에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가? 그것은 그만큼 기본을 지키는 회사가 없기 때문이다. 모든 회사가 모두 기본을 지켰다면 이 회사는 분명 과자에 베이직이란 이름을 붙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기본을 지키는것이 당연한 이치인데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제과회사들은 그만큼 기본적인 과정을 생략해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우리사회는 사실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회이다. 기본을 지키면 바보 취급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너도 나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기본을 지키는것이 어색해져 버렸다.

요즈음 선거 열풍이 불고 있으니 정치하는 사람들을 예로들어 기본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정치 또는 선거의 기본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누가 뭐라해도 건전한 정책 대결의 장이다. 그러나 작금의 현상을 두고 볼때 우리나라에서의 선거는 이러한 기본과는 거리가 먼듯하다. 잘지켜지지 않는 기본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잔소리 될까 싶어 두가지만 이야기하고자 한다. 하나는 색깔론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감정이다.

색깔론!
왜 안나오나 했다. 그러나 혹시나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바뀌었다. 늘 해오던 대로 중도 혹은 보수임을 주장하는 무리들은 흔히 나 말고는 모두 빨갛다고 말한다. 정말 빨간것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난 정말 모르겠다. 혹시 빨갛다는것과 북한과 관계가 있다고 말씀하실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지난 대선때의 상황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것 같다. 빨갛다던 사람은 북한과 전혀 관계가 없었고 오히려 '저사람 빨간사람' 이라고 말하던 사람이 북한과 관계가 있었다. 이른바 총풍사건이 그것이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비난하고 손가락질 하던 빨간 사람들에게 돈을 주며 선거전에 총을 쏴 달라고 부탁할 수있는가? 만약 당선 되었다면 빨간 무리들과 작당해서 당선된 더 빨간 사람들 아닌가? 언제까지 이념논쟁을 일삼아야 하는것인가? 다행히도 국민들의 대다수는 이러한 이념논쟁을 식상한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다행이다.

지역감정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시 한번 밝히건데 선거의 기본은 건전한 정책 대결의 장이 되는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러한 기본을 이제까지 무시하며 살아 왔다. 영남후보에 대한 영남인의 몰표, 이에 뒤질세라 호남후보에 대한 호남인의 몰표, 그리고 이제 "우리는 핫바지인가?" 하며 충청도도 한몫 거들고 있다. 우리 동네 사람이 당선되어 나에게 무슨 큰 혜택이라도 줄것으로 기대해서인가? 아니면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된다고 해서인가?

기본이 바로 서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 살랑살랑 불어대는 봄바람을 타고 우리곁에 다가오는 이 선거 바람에 휩싸여 기본도 잃어버린채 색깔론의 바람에 이리 흔들리고 지역감정의 바람에 저리 흔들리지 말길 바란다. 우리 모두가 정치의 기본을 염두에 둔다면 파렴치하게 색깔론을 들고 나오는 후보도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후보도 분명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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