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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민간인 유해발굴’ 홍성군도, 시민사회도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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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천 민간인 유해발굴’ 홍성군도, 시민사회도 남달랐다
  • 심규상 기자
  • 승인 2016.02.26 2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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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 무너진 굴 입구를 정리하고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살해된 민간인 희생자 유해발굴이 시작됐다. 66년 만의 일이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아래 공동조사단)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홍성대책위원회(아래 홍성대책위)는 지난달 25일 오후 2시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폐금광 앞에서 유해발굴을 알리는 개토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해발굴에 나섰다.

이곳 폐금광에는 1950년 6월부터 10월까지 보도연맹원 및 부역 혐의 등으로 30〜60여 명이 군경에 의해 살해돼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기구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충남지역 국민보도연맹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결정서를 통해 “국가권력이 불법으로 민간인을 살해한 것”이라며 “국가는 유족을 비롯한 국민에게 사과하고 위령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로부터 7년이 지나도록 사과는커녕 희생자 유해마저 버려둬 오고 있다. 보다 못한 시민단체가 나서 지난 2014년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을 결성, 시민의 손으로 유해발굴을 벌이고 있다. 이날 유해발굴은 ‘진주지역 보도연맹사건 희생자와 대전형무소사건 관련 민간인 학살 희생자’에 이어 3번째 발굴이다.

홍성과 예산지역 시민단체, 대책위 결성

하지만 3차 유해발굴은 1, 2차에 비해 특별했다.

우선 지역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하고있다. 홍성지역은 물론 예산지역 시민사회단체까지 대책위에 참여하고 있다. 홍성대책위 참여 단체는 예산환경운동연합, 홍성민주시민연대, 홍성민주노총건설노조, 홍성문화연대, 민족문제연구소 홍성지부, 민족문제연구소 예산지부, 예산역사연구소, 홍성평화통일연구회 등이다.
홍성문화연대에서는 개토제 행사에서 진혼무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기독교 목사를 비롯해 홍성 용봉산 기슭에 있는 석불사 범상 스님과 원불교 홍성교당 교무 등이 나서 넋을 추도했다.

남 다른 홍성군과 홍성군의회

특히 홍성군과 홍성군의회의 관심과 지원은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광경이다. 홍성군은 이번 유해발굴 사업에 1500만 원을 지원했다. 자치단체가 공동조사단이 벌이는 유해발굴 사업에 예산을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6일에는 김석화 군수가 현장을 방문해 발굴단원들을 격려했다. 개토제에도 군청 주무부서 과장과 주무관이 참여했다.

군의원들도 관심을 표명했다. 최선경 의원(홍성읍)은 예산마련을 위해 앞장 섰고, 윤용관, 황현동 의원은 최 의원과 함께 개토제에 참석했다. 이종화 도의원도 개토제 현장을 방문했다.

김지철 충남도교육감도 이날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유해발 발굴단을 격려했다. 김 교육감은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위해서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며 “충남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역사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부친을 잃은 유가족인 최홍이(74) 씨는 “늦었지만, 전국 시민단체를 비롯해 지역 사회가 나서 힘을 준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유가족인 이종민 씨도 “공동조사단과 홍성대책위, 관심과 애정을 보내준 여러분의 노고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선주 발굴단장(충북대 명예교수·공동조사단 공동대표)은 “어두운 땅속에 갇혀 있는 희생자들의 유해를 최선을 다해 밝은 곳으로 모시겠다”고 말했다.

유해발굴에는 하루 30여 명이 참여해 29일까지 발굴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발굴 둘쨋날인 26일 돌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발굴기간이 내달 10일 경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희생자 유해발굴 규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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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변수, 기간 늘어나고 폐금광 입구 무너져 내리고
김석환 군수 “발굴에만 전념” 격려에 유가족 눈물 글썽

▲ 희생자의 유골.
시민단체가 벌이는 홍성 광천 폐광산 민간인 유해 발굴작업에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때맞춰 현장을 방문한 김석환 홍성군수가 해법을 내놓았다.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아래 공동조사단)과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홍성대책위원회(아래 홍성대책위)는 지난달 26일 홍성군 광천읍 담산리 폐금광에 암매장된 희생자 유해발굴을 본격 시작했다.

시작과 함께 폐금광 입구 앞에서 2~3구에 이르는 유해가 드러났다. 일부 유해는 대형 콘크리트 덩어리 아래에서 발견됐다. 유해 매장지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이날 오후에는 폐광산 구덩이 내부에 대한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구덩이 안은 예측과는 달리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이 때문에 작업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구덩이 안에 퇴적된 흙을 일부 걷어내자마자 4~5구에 이르는 유해가 드러났다.

박선주 발굴단장(충북대 명예교수·공동조사단 공동대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해진 시간에 유해를 다 발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초 공동조사단과 홍성대책위는 오는 29일까지 5일 동안 발굴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오후 4시경 폐금광 입구에 쌓여 있던 흙더미가 무너져 내렸다. 애써 드러내놓은 폐금광 입구가 또다시 막혔다.

박 단장은 “폐금광 안 공간이 협소한 데다 유해가 겹겹이 쌓여 있어 작업환경이 좋지 않다”며 “예정 기간내 발굴을 끝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 10일 정도 발굴 기간을 연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원봉사로 작업에 참여한 발굴단원 대부분은 대학생과 직장인들로 내달부터는 현업에 복귀해야 하는 실정이다. 작업 기간을 연장할 경우 일손이 부족해진다.

박 단장은 “추가 작업 기간 동안은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수 없어 부득이 인건비를 주고 전문 인력을 동원해야 한다”며 “대략 1000만 원 정도의 추가 경비가 필요하다”고 난감해했다.

▲ 김석환 군수가 발굴 현장을 방문해 유가족들을 격려했다.
때마침 김 군수가 발굴단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발굴단원들은 김 군수에게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 단장과 안경호 상황실장(4·9 통일평화재단 사무국장)은 김 군수에게 “내달부터는 자원봉사자가 참여할 수 없다”며 “작업을 중단할 경우 구덩이 내로 물이 유입돼 유해훼손이 우려된다”며 “발굴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추가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희생자유가족들도 “유해를 모두 발굴할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도움을 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군수는 “유가족들의 한 맺힌 마음을 생각할 때 돈이 문제가 아니라 하루속히 유해를 발굴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군의회 등과 상의해 추가 소요예산이 지원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발굴단원들에게도 “늦었지만, 역사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도록 유해 발굴을 마무리해 편안히 잘 모실 수 있도록 하는 일에 주력해달라”고 주문했다. 다른 일은 걱정하지 말고 발굴에만 전념해달라고 격려한 것이다.

이곳에서 부친이 희생된 유가족 최홍이 씨는 김 군수의 손을 맞잡고 “유가족의 입장을 배려하고 흔쾌히 결단과 긍정적 약속을 해주신 김 군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발굴 3일째인 27일에는 중장비를 동원해 토사로 메워진 폐금광 입구를 다시 정비할 예정이다. 또 구덩이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유해 수습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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