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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 그때 너를 보았노라 저자 정인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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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 / 그때 너를 보았노라 저자 정인숙씨
  • 김복실
  • 승인 200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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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처절한 고통에서 탈출할 수 있다
금마초등학교 5학년때던가, 글짓기 숙제로 써 낸 시를 담임선생님이 잘 쓴 작품이라며 낭송했는데 친구들에게는 베꼈다고 놀림을 당했던 기억, 그 억울함은 오히려 글쓰기에 대한 자양분이 되어 책에 파묻히고 습작노트를 곁에 끼고 살았던 문학소녀…

그렇게 홍성여중, 홍성여고 시절을 보내고 작가가 되겠다는 열망과 열정이 있었기에 '주경야독'이 고단하지 않았던 서울에서의 쳥년기. 그러나 글에만 푹 빠져있는 큰 딸에 대한 아버지의 염려와 사랑이 맞선 봐 급작스럽게 결혼하면서 삶의 궤도는 수정되고 …

첫 아이를 출산하고 두 달만에 급성류머티즘으로 사지가 새우처럼 꼬부라져 굳어 버리는 바람에 친정 금마 덕정리 용당마을로 내려와 10년 가까운 세월동안 아랫목에서 윗목조차 가보지 못한채 나무처럼 한자리에 뿌리박혀 살아야 했던 기막히고 처절했던 시간, 또 한번의 상상조차 못했던 삶의 궤도…

국민일보에서 펴낸 정인숙(45)씨의 실화소설 '그때 너를 보았느냐'에는 그 10년간의 삶의 역정이 엮어져 있다. 기자는 책의 내용을 제대로 소개할 능력이 없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꼭 읽어보라 권할 뿐이다.

예사롭지 않은 문장력으로 쓰여진 이 한 여인의 처절한 고통 탈출기는 베스트 셀러 소설 못지않은 줄거리와 짜임새가 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어 절망하는 모든 이들이 예수님의 뜨거운 사람을 힘입어 고통으로부터 탈출하길 간절히 소망하는, 그런 소명에 의해 기록한 간증기이기도 하다.

"희망이라고 부를 만한 어떤 것도 거부한 채 세평 남짓한 작은 방에서 마지막 죽음과 투재항고 있었다. 바로 그 때 주님이 나를 부르셨다. 그리고 크신 능력의 손길로 꼬부라진 몸을 일으켜 다시 걸을 수 있게 하셨다. 이처럼 절망에 처한 당신도 고통으로부터 당당히 탈출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때 너를 보았느냐'의 끝장을 덮은 독자는 저자의 그 후의 삶에 궁금해질 것이다. 지금 모습은 어떨까?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등등. 그는 홍성에 새 삶의 둥지를 틀고 있다. 지체장애인협회 홍성군지회에서 임원으로서 장애인들의 권익과 선교 활동을 했고, 홍성제일교회를 다니고 있어 이미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는 사람들은 많겠지만 그가 '그때 너를 보았느냐"의 실제 주인공이자 저자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책 밖에서 저자와의 만남은 또 다른 감동과 기쁨을 준다. 그에게는 요즘 방송국을 비롯해 전국의 교회에서 간증 요청이 쇄도한다. 아무리 먼곳의 간증집회라도, 한 주 내내 쉬는 날이 엇어도 달려가 제기한 삶을 증거하고 있다. 한 사람을 위해 3시간 간증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방송대 국어국문학과 학생으로서 홍성에서 서울로 자동차를 직접 운전해 다니며 작가 수업을 착실히 쌓고 있다. 이미 작가가 되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98년 방송대 문학상에 단편소설 '세상의 향기'가 입선됐고, 소설집 두 세권을 묶어낼만큼 원고를 탈고한 상태다. 삶을 진지하고 깊이있게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 단 한줄의 글도 쓸 수 없었던 자신의 10여년의 삶이 글감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마음껏 표현하고 싶다.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팔 때문만이 아니다. 나처럼 삶의 굴레에서 절망과 두려움에 떨고 있는 바로 당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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