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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10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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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10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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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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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명희(국제농기계홍성보령대리점)의 ‘일출’
옹달샘에서
이 헌 규 (전 홍성부군수)

대흥 장고개 작은 옹달샘
새맑은 물이 졸졸 흐르네
봄 여름 가을 겨울 구별 없이
굽이굽이 흐르네
샘가에 이름 모를 풀잎이 돋아나고
참나무 비둘기가 구구구구 짖고
작은 솔밭 사이 바람이 솔솔
솔내음 솔솔 풍기네
흰머리 노인네가 숨이 차네
두 손 모아 물을 떠 마시니
속이 시원하고 숨이 가라앉네
정말로 감사하오
제발 티끌을 씻어주오.


<감상> 세상 맨 처음 아침을 불러일으키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슬픔에 젖을 수 없다. 태양은 세상 처음 얼굴을 드밀어 올리면서 가장 아름다움을 펼쳐놓는다. 그리고 그 빛으로 이 세상의 모든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스스로는 태어날 때의 가장 큰 아름다움을 잃는다. 자신을 잃음으로써 온 세상의 생명은 솟는다. 그 태양의 열기와 빛을 받아 온갖 물상들이 제각각 활기찬 생명을 노래하며 삶의 보람을 만끽하는 동안 점점 소모되어 가는 태양. 태양은 스스로의 몸을 버려 모든 생명체의 피와 살이 되어줌으로써 꽃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한다. 이런 태양이야말로 실로 온갖 오염(汚染)의 굴레로 스며들어 자신의 맑음을 버린 채 세상을 구가하는 [옹달샘]과도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구별 없이/굽이굽이 흐르>고 끊임없이 솟고 솟다 보면 세상의 모든 흐림도 맑아지고, <이름 모를 풀잎이 돋아나고/참나무 비둘기가 구구구구 짖고/작은 솔밭 사이 바람이 솔솔/솔내음 솔솔 풍기>게 되리라. 하루의 끝을 너른 가슴으로 맞게 되는 순간 태양은 아침의 [일출]을 저녁의 일몰로 가장 아름다운 본연에 돌아와 처음으로 돌아간다. 맑은 [옹달샘]물이 스스로 오염을 허락했다가 마침내 바다에 이르러 정화하듯 [일출]은 일몰에 이르러 가장 큰 아름다움이 된다.
구재기<시인·갈산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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