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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아이들, 농촌학교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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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여성 아이들, 농촌학교 '버팀목'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7.07.03 2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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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교육센터'지정 기대돼

필리핀에서 시집온 에드나린(42ㆍ장곡면)은 아이들의 숙제를 도와주다 얼굴이 빨개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에이 참 엄마가 그런 것도 몰라”라는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에드나린에게 창피한 마음을 갖게 하기 때문. 그녀는 한국에 시집온 지 10년이 다 됐지만 아직까지 한글을 읽고 쓰는 것에 자신이 없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4학년과 1학년, 유치원에 다니고 있지만 정작 엄마인 본인이 한글에 서툴기에 공부 이야기를 하게 되면 아이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차라리 아이들과 영어로 이야기해볼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직 아이들이 어려 영어를 쓰는 것을 잠시 미뤄뒀다. 에드나린의 꿈은 하루 빨리 한글을 제대로 배우고 익혀 아이들이 공부하는데 세심한 관심을 베푸는 것.

홍북면에 살고있는 안젤리나(40) 역시 아이 공부 때문에 걱정이 쌓여가긴 마찬가지. 유치원에 다니는 5살 아이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고 싶지만 정작 본인이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 “아이는 자꾸만 커 가는데 제가 한글에 서투르다 보니 잘못 알려줄 때가 많아요. 제 대신 누군가가 아이의 교육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마땅한 방법이 없네요.”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2세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홍성에는 지난 5월 기준으로 131명의 이주여성과 147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주여성 대부분이 20~30대 이기에 아이들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통ㆍ폐합 위기를 맞고 있는 농촌의 작은 학교에 이주여성 아이들은 학교가 유지되는데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 대한 교육지원은 아직 미비하기만 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5월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은 △전국 시ㆍ도에 공통되는 사업을 ‘기본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점검ㆍ관리 △시ㆍ도별 특성이 맞는 특수사업을 공모형식을 통해 선정ㆍ지원 △교육지원 연구ㆍ개발을 위한 ‘중앙센터’를 지정ㆍ운영 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까지 교육청이나 대학 등 개별기관에서 산발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을 교육부가 국가적 의제로 설정, 본격적으로 지원ㆍ조정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다문화교육 센터 지정ㆍ운영이다. 교육청을 중심으로 지자체, 대학, 시민단체, 언론사 등이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다문화교육 지원협의회’를 구성, 지역여건에 따라 참여기관 중 적합한 기관을 ‘다문화교육 센터’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문화가정 자녀 교육지원 관련사업이 획일적인 사업이 아닌 현장수요에 맞게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상향식 전달체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우선적으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집단에서 선을 가르는 구분이 없어야 한다. 단일민족의 우월성에서 벗어나 이제는 전 세계가 하나로 융합되는 다문화사회에 들어서고 있기에 아이들에 대한 열린 통합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아이들의 단점을 들어내기 보다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찾아내야 한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최소 2개국 이상의 언어를 구사할 바탕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능력을 배로 키워낸다면 훗날 해당 나라와의 교류 협력을 진행할 때 큰 힘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또한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통해 외국어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낼 수 도 있다는 의견이 높다.

셋째 경제적 빈곤에 대한 대책마련이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국제결혼 이주여성 1000여 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50% 이상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빈곤은 아이들의 교육여건에도 상당한 영향을 준다. 교육받을 기회가 줄어든다는 것은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떨어지고 일탈행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베트남 호치민 국제이주기구(IOM) 패트릭 소장은 “한국보다 먼저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대만의 경우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며 “국제결혼을 선택한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 필요하지만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이 바로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2세들이다. 대만에서 아이들이 언어습득이 늦거나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갖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종종 봤다. 한국은 대만의 선례를 잘 받아들여 국제결혼 이주여성 2세들에 대한 교육여건 마련 및 학업성취도가 뒤쳐지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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