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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희망의 땅인가? 좌절의 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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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희망의 땅인가? 좌절의 땅인가?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7.06.28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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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면 가송리에 사는 에드나린 지부라사(42). 그의 고향은 필리핀이다. 10년 전 지금의 남편을 만나 물설고 낯선 땅 홍성에 자리 잡았다. 한국에 오기 전 그의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 이었다. 지금은 남편과 함께 넉넉지는 않지만 농사를 함께 지으며 자녀 셋을 키우고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그의 꿈은 아직 진행형이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들을 위해 자신이 번 돈을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홍북면에 살고있는 마이린(32)은 오늘도 누구보다 바쁜 하루를 살고 있다. 집 가까이에 있는 농장에서 일을 한지 세 달째. 처음에 한국말이 서툴러 갖은 고생을 했지만 이제는 한국말로 이웃들에게 농담도 곧잘 건넨다. 그녀의 꿈은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늘어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이주여성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홍성 정착에 만족하며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고,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간간히 눈에 띈다. 심지어 가출하거나 본국으로 되돌아간 경우도 있다. 홍성은 아니지만 인근 지역에서는 이주여성이 자살을 시도했던 경우도 있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많은 사람들은 이주여성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남편과 가족의 살뜰한 보살핌도 필요하지만, 주위의 따뜻한 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행을 선택하는 대다수의 이주여성이 본국에서 짧은 기간동안 한국에 대한 이해와 문화를 배우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겪게 되고, 심지어 환상을 갖고 한국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가 이주여성이 한국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베트남 여성동맹산하 결혼지원센터 부디 바크투엣 원장은 최근 급증하는 한국남성과 베트남여성과의 국제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하며 한국행을 선택하는 베트남 여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부탁했다. 바크투엣 원장은 “한국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하는 여성에 대해 한국의 문화와 언어, 법률 등 다양한 사전 교육을 실시하긴 하지만 기간이 짧아 충분치 못하다. 결국 한국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한국에 가서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결혼생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며 한국을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한국에서 필요함을 당부했다.
적극적인 사회활동 희망

바크투엣 원장의 지적처럼 이주여성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이주여성 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 안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나마 홍성에서는 홍주이주민센터와 홍성사회복지관, 홍성YMCA 등에서 이주여성의 정착을 돕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면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최근 들어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이주여성에 대한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주여성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보다는 형식적인 정책이라는 의견이 높다. 이주여성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른데 일관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입국한 연도가 다르고, 농촌과 도시 등 생활하는 지역이 다르고, 한국어에 대한 이해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관적인 정책이 아닌 맞춤식 지원이 절실한 이유이다.
홍성이주민센터 정순희 사무국장은 “이주여성에 대한 전국적인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여기저기서 다양한 지원과 정책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 단순히 이주여성들이 불쌍하고 도움을 줘야 한다는 관점이 아닌 그녀들이 주체적으로 사회에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정 사무국장의 말처럼 대다수의 이주여성들은 단순한 지원 보다는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즉 그녀들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 온지 9년째인 펠리사 타나위(장곡면ㆍ37)는 “필리핀에서는 여자들이 직장에 다니고 사회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홍성에서도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국출신 향영(은하면ㆍ40) 도 “아직은 아이 때문에 일을 하기가 어렵지만 아이가 자라면 직장을 다니며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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