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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알고 문화를 아는 것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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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알고 문화를 아는 것이 '필수'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7.06.20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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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란 그리 녹록치 않다. 농사일과 가사, 아이들 양육까지 여성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나 가부장적 제도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어 남녀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습과 문화도 다르고,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농촌에 뿌리내리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하기에 이제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홍성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해 나갈 수 있게끔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홍성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본지는 홍성에 살고 있는 국제결혼 이주여성 문제에 대해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제1부 - 홍성지역 이주여성의 일반적 현황
제2부 - 누가 어떻게 한국행을 준비하나?
제3부 - 홍성은 희망의 땅인가? 좌절의 땅인가?
제4부 - 이주여성 2세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절실
제5부 - 다문화 평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가동

필리핀 마닐라에서 만난 바요트(58) 씨는 하루도 큰딸 걱정을 안 하는 날이 없다. 큰딸이 지난해 6월 한국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이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와 고등학교 교사를 하던 큰딸 엘사바요트(25)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가 “어려운 집안 살림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국행을 선택했다”고 바요트 씨는 인터뷰 내내 딸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번 딸과 인터넷을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긴 하지만 바요트 씨는 딸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크다고 털어놓는다. 필리핀에서 바요트 씨와 같이 딸이 ‘코리안드림’을 위해 한국 남자와 국제결혼을 한 경우는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국제결혼은 가족을 보살피겠다는 의지의 발산

필리핀 대통령 직속기관인 필리핀이주위원회(CFO)에 따르면 1989년부터 지난해까지 필리핀에서 전체 30만9745명이 한국행을 선택했다. 이중 남자가 2만6381명(8.5%), 여자가 28만3364명(91.5%)를 차지하고 있다. 필리핀 여성들은 국제결혼을 앞두고 그 나라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출국 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물론 이틀 정도의 교육이 이뤄지다보니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는 낮다.

필리핀 CFO 출발전교육담당자 루셀론다 씨는 “여성들이 국제결혼을 선택할 때 대부분 개인적인 만남으로 이뤄지지만 결혼정보업체의 소개인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이뤄지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국제결혼을 준비하는 여성들은 출발 전 교육을 통해 그 나라에 대한 간접적인 경험을 쌓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필리핀에서 진행하는 출발 전 교육은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가 필요하다. 한국행을 선택했던 여성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하고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대부분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많은 갈등이 생기고 결혼생활이 어려움에 빠진다”며 한국과 필리핀이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필리핀 여성들은 사회참여 욕구가 높다. 또한 가족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하다. 따라서 필리핀 여성들이 한국으로의 국제결혼을 선택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추구도 있지만 가족을 보살피겠다는 의지의 표출"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출발 전 교육 필요

베트남의 사정도 필리핀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호치민 국제이주기구(IOM)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2만 명 이상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으로의 국제결혼을 선택했다. 한국행 국제결혼은 2001년 130명에서 2005년 6000여 명, 지난해 8500여 명으로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중 10% 이하가 18세 이하이고, 한국으로의 출발 전 이틀간 교육이 실시된다. 출발 전 교육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이틀 동안 한국의 문화, 법률, 전통을 이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베트남 여성동맹산하 결혼지원센터 부디 바크투엣 원장은 “베트남에서 결혼지원센터를 통하지 않고 사설업체를 통한 국제결혼은 불법”이라고 강조하며 “한국행을 선택하는 여성들에게 한국어 교재와 한국문화 소개 책자로 출발 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 상태이다. 한국을 폭넓게 이해하는 깊이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털어놓았다.

베트남과 필리핀에서 만난 한국행 국제결혼을 꿈꾸는 여성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고향에 있는 가족 부양에 대한 책임의식이 높다는 것과,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이주여성들은 결혼 후에도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한 사회활동을 하고 싶다는 열정을 간직하고 있다.

IOM 서울사무소 김철효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이주여성 문제는 단순히 결혼이라는 측면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무엇을 위해 한국행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고, 그들의 정체성을 찾아줘야 한다. 서로 다른 언어와 전통문화, 가치관의 만남, 그 속에서 새로운 문화가 꽃피워진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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