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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산책-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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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산책-43
  • 박종혁 기자
  • 승인 2007.06.17 0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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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의 거리 산책 [43]
== 이복형(홍주초 교사)의 [고향] ==

나무•2
이선화(물앙금회원)


오랜 세월을 버텨낸 고목에서
지난 태풍에 잘려졌는지
뚝 부러진 줄기 하나 꺾어져
땅으로 머리 숙이고 있다
무심코 지나던 산행길
움트는 초록의 생명을 보고
멈춰 설 수밖에 없다
숨조차 죽이고 바라본다
꺾이고 부딪쳐도
놓을 수 없는 힘은
계절에 밀리지 않고
당당히 피어나고 있다
안타까움에 깁스라도 해주고 싶은데
땅과 가까이 마주한 모습이
왠지 행복한 웃음을 즐기는 듯하다
산바람이 한바퀴 맴돌아 가고 나자
새순이 더 곱게 찰찰 빛난다

[감상] 조선시대 송씨의 성을 가진 선비가 가난을 이겨 내지 못하여 결국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말았다. 그런 이후 우연히 그 집 앞을 지나다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한 편을 시를 지어 아픈 마음의 심사를 <올해 들어 뼈에 사무친 가난을 스스로 탄식하니/이제는 내 집마저 이웃에게 팔아버리고 말았다네/동쪽 정원에 자라난 버드나무에게 은근히 말하노니/먼 훗날 서로 만나보면 남 보듯 하겠구나.(自歎年來刺骨貧 吾廬今旣屬西隣 慇懃說與東園柳 他日相逢是路人)>라고 읊었다. 보금자리 하나 지키지 못한 가장으로서의 아픈 마음을 읊었다는 소식을 듣자 송선비의 집을 산 사람 또한 마음이 아파 산 집을 도로 돌려주었음은 물론이요, 송선비의 빚까지 갚아주었다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참으로 가슴이 찡하게 저려오는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우리 민족이라면 언제나 보금자리로 틀어오던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고향]. <오랜 세월을 버텨낸 고목에서/지난 태풍에 잘려졌>더라도 <움트는 초록의 생명을 보고/멈춰 설 수밖에 없>으며, <숨조차 죽이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우리의 [고향]이다. 그 나무그늘에 몸을 담고, 생각의 긴 낚싯대를 드리운 채 <새순이 더 곱게 찰찰 빛>나는 곳이 우리네 [고향]이다. <<시인갈산고 교감 구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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