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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위해 한국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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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위해 한국 선택했다"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7.06.13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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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살아가는 평화마을 만들기 1.홍성지역 이주여성의 일반적 현황

농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란 그리 녹녹치 않다. 농사일과 가사, 아이들 양육까지 여성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나 가부장적 제도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어 남ㆍ여 사이에서 갈등의 원인이 되곤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관습과 문화도 다르고, 언어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이 농촌에 뿌리내리기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하기에 이제는 국제결혼 이주여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심을 갖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홍성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해 나갈 수 있게끔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홍성을 만들어야 한다. 이에 본지는 홍성에 살고 있는 국제결혼 이주여성 문제에 대해 5회에 걸쳐 연재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제1부 - 홍성지역 이주여성의 일반적 현황
제2부 - 누가 어떻게 한국행을 준비하나?
제3부 - 홍성은 희망의 땅인가? 좌절의 땅인가?
제4부 - 이주여성 2세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 절실
제5부 - 다문화 평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가동

홍성은 인구 9만이 조금 넘는 소도시 농촌지역이다. 지난해 말 기준 9만1432명. 이중 홍성읍이 전체 인구의 44%(4만117명)를 차지하며, 면 지역은 평균 42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신생아 출생은 지난해 4개 면(은하ㆍ결성ㆍ서부ㆍ갈산)에서 한자리 수를 기록했다. 즉 도심으로의 쏠림현상과 인구감소가 홍성에서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생활 터전에서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 표기로 마이너스를 뜻하는 것이 아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세대의 단절을 뜻한다. 세대의 단절은 곧 지역 정체성의 상실이다.

이러한 때 국제결혼 이주여성(이하 이주여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홍성의 정체성을 이어가는데 귀중한 단초가 되고 있다. 이주여성의 역할을 단순히 개인을 넘어서 농촌 지역의 가정을 유지하는 튼실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홍성에는 지난달 기준으로 131명의 이주여성과 147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주여성의 대부분이 20~30대 이기에 아이들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성에서는 1992년 처음으로 이주여성과의 국제결혼이 시작된 이후 홍성에 정착하는 이주여성의 수도 눈에 띄게 늘어가고 있다.

'의사소통' 가장 큰 어려움

현재 이주여성의 출신국을 살펴보면 중국 44명, 베트남 34명, 일본 21명, 필리핀 14명, 조선족 9명, 기타 9명이다. 읍ㆍ면으로 나눠보면 홍성읍 23명, 광천읍 21명, 홍북면 17명, 장곡면 17명, 구항면 9명 등이다. 이들은 결혼중개업체나 지인의 소개, 종교단체에 의해 한국행이 이뤄지고 있다. 즉 한국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가운데 ‘결혼’을 통한 거래의 성격을 띄는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 따라서 문화와 언어, 생활습관이 다른 한국에서의 생활은 이주여성에게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들은 이주여성들이 결혼초기 남편 또는 시집식구들과의 갈등과 긴장을 유발하는 장애물이 되곤 한다.

홍성이주민센터는 지난해 한글학당에 나오는 이주여성 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주여성이 겪고 있는 제일 큰 문제점으로 ‘의사소통의 어려움’(36%)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시부모와의 갈등, 아이 양육 문제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나타났다. 설문조사에 응한 이주여성의 대부분은 중매업체를 통한 결혼(62%)으로 홍성을 찾았다. 또한 한국에 오기 전 55% 이상이 고졸 이상의 학력을 마친 상태여서 한국에서도 배움에 대한 강한 열망을 나타냈다.

공존과 상생의 ‘다문화사회’ 필요

설문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바로 이주여성들이 내적인 가치관과 신념을 두루 갖췄다는 것이다. ‘친정 식구과의 단절과 시집 가족으로의 편입’이라는 가부장적인 결혼의 구태의연한 공식을 택한 것이 아닌, 스스로의 ‘행복’을 찾기 위해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다만 결혼의 방식으로 국경을 넘은 이동은 아직까지 이주여성에게 사회적 약자라는 신분으로 불리게 만들고 있다. 노동과 자본의 전 지구적 이동으로 재편되는 신자유주의 질서가 자본이 허용할 때만 이주여성들의 이동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주여성의 문제는 현 단계 자본주의 모습의 한 단면이라 말 할 수 있다. 한국자본주의 형태가 만들어내 지금의 농촌모습. 국제결혼이 농촌에 급속도로 퍼질 수 밖에 없는 원인이 여기에 있다.

홍성이주민센터 정순희 사무국장은 “노동과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신자유주의 질서는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허물면서 전통적 가치관과 사회문화를 재편하고 있다”며 “이제는 공존과 상생의 철학으로 포용과 다양성이 살아 숨쉬는 ‘다문화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주여성을 우리의 이웃, 가족으로 받아 안아 그들이 삶의 주체자로 자기성장을 해나갈 수 있는 사회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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