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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도 봉사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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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말 한마디도 봉사의 시작”
  • 정진옥 기자
  • 승인 2007.03.15 2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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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법인 아름다운건강마을 김명숙 대표

사회복지법인 아름다운건강마을 김명숙(47)대표는 직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봉사를 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는 김 대표가 법인 설립 초기에 군내 봉사단체들에게 협조를 구하다가 일부에서 면 단위 봉사를 꺼리고 홍보성 봉사를 조건으로 내걸어 크게 실망하고부터다.


지난해 4월 설립해 그해 8월 운영을 시작한 아름다운건강마을은 11개 읍면 무의탁 독거노인을 돌보고 있는 비영리법인. 현재 홍성읍 대교리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80명의 명단을 받아들고 시작한 봉사지만 어느덧 돌봐야 할 식구가 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아름다운건강마을에서는 하루 두 마을씩 평균 12가구를 방문한다. 지금은 노인들이 필요한 것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초기에는 노인들이 마음을 열지 않아서 고생했어요. 더 속상했던 건 노인들의 자녀에게서 험한 말을 들었을 때였죠.”


석 달이 지나고 여덟 달이 지나자 꽁꽁 얼었던 노인들의 마음도 풀렸다. 지금은 오히려 노인들이 밥을 해놓고 직원들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다.


김 대표와 직원들은 청소를 하더라도 노인들과 함께 한다.


“처음 방문했던 한 할아버지 댁에서 설거지를 해드리려고 했더니 ‘당신네들이 그걸 다해주고 가면 이 늙은이는 뭘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어요. 그들을 움직일 수 있도록 유도해야지 무조건 도와주기만 하면 소용이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어요.”


노인 안아주기 운동추진…4000평 규모 실버타운 설립 계획


김 대표는 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프리허그’(안아주기) 운동이 노인들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뭔가를 해주기 전에 손을 잡고 마음을 다독거려주는 것만큼 좋은 게 없어요. 노인들은 젊은이들 말 한마디에도 고마워하거든요.”


김 대표가 재가복지를 위해 이곳저곳 다니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각 단체의 후원이 많지만 중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한 물품을 제때 지원받지 못하는 일도 허다하다.


지난해에는 기름보일러가 있는 한 할머니 집에 연탄 700장이 배달된 적도 있다. 연탄을 치워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에 김 대표는 정작 연탄보일러가 있는데도 연탄이 없어서 추위에 떨고 있는 다른 할머니에게 가져다 드렸다. 


김 대표는 재가복지에 있어서도 맞춤형 서비스를 추구한다. 필요 없는 것을 지원해주는 것은 오히려 안 해준 것만 못하다는 신념에서다.


재가복지를 하면서 읍 단위는 혜택을 잘 받는 편이지만 면단위로 갈수록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피부로 느꼈다. 외관상 집이 멀쩡하더라도 안으로 들어가면 지붕이 무너져 내리려 하는 등 안타까운 일도 많다.


“당장이라도 집을 지어주고 싶지만 사비로 하다 보니 지원을 어느 한곳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가정봉사원파견시설(무의탁 독거노인 80명 기준)은 올해 국가에서 1억3000여 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야 하지만 현재까지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후원이 미흡한 상황에서도 최근에는 의료봉사를 위해 간호사를 채용했다. 여름이 오기 전 노인들이 혈압과 당료 등으로 갑자기 쓰러지는 것을 예방을 하기 위해서다.


스물셋에 직장생활을 시작해 충북에서 노인병원을 경영하기까지 18년을 병원에 몸담았던 김 대표는 자연스레 재가복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직장생활을 하다 독일로 건너가 본대학에서 병원행정을 공부했다. 어학공부 차 일본에 가서도 1년간 노인수발보장법에 대한 연수를 받았다. 그러면서 전문 요양원에 대한 자료도 수집했다.


그는 현재 갈산면 취생리에 25억 원이 들어가는 실버타운(4000여 평)을 세우기 위해 건축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8월 노인수발보장법이 도입되기 전까지 완공이 목표다. 


“한국도 선진국에 진입한다는데 앞으로는 나라가 잘 살수록 사회복지로 눈을 돌려야 해요. 세계적으로도 한국이 고령화가 빨리 진행된 나라 중 하나로 알고 있는데 병원을 운영하면서 실버타운 설립에 대한 생각이 더 커졌습니다.”


김 대표는 실버타운이 들어서게 되면 일본에서 보편화된 ‘노노케어’(노인 돌봄 서비스) 교육을 통해 노인들 스스로 용돈벌이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함께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 결혼까지 미룬 그는 마지막으로 “실버타운이 들어서게 되더라도 재가복지는 꾸준히 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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