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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이 갈 곳이 어디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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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노인이 갈 곳이 어디 있다고…”
  • 윤종혁
  • 승인 2024.01.29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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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경로당 이용 갈등 발생
​​​​​​​“다른 동네 사람 오지 말라”
오관2구 경로당은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이용하고 있다. 다른 동네 주민 이용을 제한하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마을 경로당 이용과 관련해 갈등이 빚어졌다.

홍성읍 세광아파트에 사는 김영숙(81) 씨는 20여 년 전부터 오관2구 경로당을 이용해 왔다. 당시 친한 언니가 현재의 경로당 건물에 여자들이 웃고 떠들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했다. 영숙 씨는 초창기 구성원 이었다. 여자들을 위한 공간은 이후 마을 경로당이 됐다. 영숙 씨는 오관2구 주민은 아니지만 경로당 회원들과 친하게 지내왔다. 올해 초 갑자기 오관2구 노인회장으로부터 마을 주민이 아닌 사람들은 경로당을 이용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영숙 씨는 “20년 넘게 경로당을 이용했는데 이제 와서 마을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로당을 이용하지 말라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마을 주민들과 언니, 동생하며 친하게 지내왔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로당에 오지 말라 하는 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인회에서 경로당 출입을 금지했으니 지금까지 낸 가입비를 되돌려 달라”고 주장했다.

세광아파트에 사는 홍지연(80) 씨 역시 오관2구 경로당을 다니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홍 씨는 “오래전부터 오관2구 경로당을 다녔다. 오래된 친구들이 많이 있다 보니 사는 곳이 다르긴 해도 오관2구 경로당을 다니며 서로 의지하고 살아왔다. 오관2구 경로당은 고향 같은 곳인데 어느 날 갑자기 오지 말라 하니 너무 억울하다. 80대 노인들이 갈 곳이 어디 있느냐”며 분통을 쏟아냈다.

이와 관련해 오관2구 노인회장은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환능 노인회장은 “경로당을 50명이 이용하나, 100명이 이용하나 지원금은 같다”며 “경로당을 이용하는 회원이 100명이 넘다 보니 여러 문제점이 있다. 지난해부터 다른 동네 사람들이 마을 경로당을 이용하는 것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이 있었다. 많은 고민 끝에 다른 동네 사람들 이용을 제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다른 동네 사람들 이용을 제한한 것이 아니다. 좁은 공간과 적은 예산으로 경로당을 운영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군에서는 경로당 이용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군청 장현모 경로복지팀장은 “마을 단위로 경로당이 있다 보니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경로당 이용과 관련한 규정을 만들어 운영한다. 행정에서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성군의회 김은미 의원은 “모든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로당 이용과 관련해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등을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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