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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최일선 ‘이장’ 역할 중요하지만, 제도 뒷받침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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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최일선 ‘이장’ 역할 중요하지만, 제도 뒷받침 미흡
  • 윤종혁
  • 승인 2024.01.2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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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 선출 잡음…관련 ‘규칙’ 불분명
​​​​​​​“이장 역할과 책임·권한 명시화 필요”
‘제8회 전국이통장연합회 홍성군지회 한마음 체육대회’가 지난해 8월 25일 홍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렸다. 사진=홍성군

“아, 아, 마을 이장입니다. 주민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립니다. 오늘 저녁 8시 마을 회의를 하고자 합니다. 한분도 빠짐없이 8시까지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농촌 마을에서 흔히 접하는 풍경이다. 마을 이장은 각종 시책의 시작이자, 끝을 담당한다. 농촌은 삶의 근간이고, 일터이자 쉼터이기 때문에 이장이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마을이 새롭게 바뀌기도 한다.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이장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읍·면에서 행정의 보조자로 활동하며 주민등록 사실조사를 비롯해 자치단체의 행정시책을 주민들에게 전달하고, 각종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각종 공과금 납부를 독려한다. 사실 확인 및 사고를 보고해야 한다. 주민 의견을 수렴해 전달하고, 주민 화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이장은 마을의 최고 봉사자이자, 마을의 최고 권력자라 할 수 있다.

연말연시 마을 이장 선거와 관련해 잡음이 들리고 있다. ‘홍성군 이장임명에 관한 규칙’이 불분명해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 금마면 A마을에서는 지난달 28일 마을총회를 통해 신임 이장을 선출했다. 선출된 이장에 대한 임명권은 읍·면장이 있다. 금마면에서는 신임 이장에 대해 ‘홍성군 이장임명에 관한 규칙’에 따른 자격 조건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임명을 유보했다. 규칙에는 ‘이장은 임명일을 기준으로 해당 리에 2년 이상 주민등록을 두고’라고 명시돼 있다.

당선된 A마을 신임 이장은 해당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일 때문에 최근 주민등록 주소를 홍성읍으로 옮긴 적이 있다. 금마면에서는 주민등록 주소를 옮겨 임명일 기준 해당 마을에 2년 이상 주민등록이 안 됐다는 입장이었다. 금마면 A마을과 같은 상황은 광천읍 B마을에서도 나타난 바 있다. 홍성군에서는 법제처 자문을 진행 중이다.

A마을 신임 이장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40년 이상 마을에 주민등록을 두고 살아왔다. 고향 발전을 위해 마을 이장을 맡기로 결심했고, 마을 주민들이 이장으로 선택해줬다. 이장 임명과 관련한 제도가 미흡해 주민들 간에 갈등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홍성군 이장임명에 관한 규칙’은 지방자치법 제81조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규칙에 규정된 내용은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 예로 이장의 자격 중 하나인 ‘주민의 신망이 두텁고 지도력을 갖춘 봉사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이장의 면직사유에 포함된 ‘직무태만, 품위손상, 그 밖의 사유로 인해 이장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경우’ 역시 누가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규칙에 정해진 이장의 업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라는 일반적인 견해다. 규칙에는 이장의 업무로 △반장의 지도·감독과 해당 리 주민의 지도 △행정 지시사항의 전달 및 홍보 △주민 거주 동태 파악 △각종 사실 확인 및 사고 보고 △각종 공과금 납부의 독려 및 자재의 배부 △마을 내 각종 사업추진 협조 및 지원 △민방위 업무추진과 비상 훈련지도 실시 △전시 주민홍보 및 계도(전시에 한한다) △전력 자원의 동원과 생필품 배급(전시에 한한다)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홍성군이장협의회 홍성은 회장도 ‘홍성군 이장임명에 관한 규칙’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홍 회장은 “이장은 주민들과 가장 밀접한 민원 현장에서 일을 한다. 그렇지만 고생하는 이장들에 대한 법적 지위는 허술하기만 하다. 현재의 제도가 관행처럼 오랫동안 내려오다 보니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장에 대한 처우 개선과 함께 이장의 역할과 책임, 권한을 명시화 할 필요가 있다. 이장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책임감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법률적 토대 위에 이장의 법적 지위와 권한과 의무를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청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다. 행정지원과 조성재 주무관은 “홍성군 이장임명에 관한 규칙에 대한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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