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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과 혐오장사, TMI (Too Much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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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과 혐오장사, TMI (Too Much Information)
  • 김미경 청운대 교수
  • 승인 2024.01.29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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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저널리즘을 가르친다. 미래의 잠재적 기자들에게 진실의 의무와 시민 충성의 의무, 사실 확인 규율의 의무, 독립성 유지 의무들을 가르친다. 또한 현재 뉴스 구독자인 학생들에게 가짜뉴스의 구별하는 변별력을 가르친다. 그러나 기자로서의 직업 정신도 구독자로서의 시민의식도 쩐과 혐오장사 앞에선 무력하다고 느낀다.

기성언론을 떠나 유튜브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많아지자 각종 이슈를 재빠르게 정리해 올리는 이슈 유튜버가 많아졌다. 이들의 조회수 경쟁은 이슈를 정리하기 보다는 자극적인 제목과 악의적 편집 영상을 올리는 이슈 유튜버인 ‘사이버렉카(Cyber Wrecker)’를 등장시켰다. 유튜브와 틱톡에서 사이버렉카는 남의 불행이나 사고, 실수, 결점, 잘못 등을 사실 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인터넷에 빠른 속도로 영상화해서 업로드하고 공론화한다.

이들은 조회수, 인지도와 광고수익을 챙긴다. 사이버렉카는 빠른 시간에 콘텐츠를 제작해 올리기 때문에 오보나 가짜뉴스가 많고 대중의 관심(어그로)을 끌기 위해선 악의적 정보의 확산도 주저하지 않는다. 단순히 댓글 공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입체적으로 소리와 영상과 데이터를 잘 짜여진 콘텐츠로 더 공격적으로 혐오의 감정을 증폭시켜 사회 갈등을 조장하며 손쉽게 낙인을 찍는다.

한편, 유튜버의 세상에 뉴스를 어그로를 빼앗기니 이젠 공영방송과 종편방송도 이 시장에 진입한 듯하다. 최근 ‘나의 아저씨’ 이선균에 대한 보도는 뉴스의 가치의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한 관심 끌기 측면에서 신중하지 못했다. 언론의 과잉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한결같이 유명인의 범죄혐의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선균은 유명인이지 공인이 아니다. 공인에 대한 알권리와 유명인에 대한 호기심은 차원이 다르다. 유명인은 인기를 먹고 산다. 여론 앞에서 자신을 변호하기도 힘든 불공정 게임에서 도망갈 구멍도 찾을 수 없다. 이런 불공정 게임에서 홍위병의 패악질을 견딜 수 있는 정신 승리는 많지 않다.

나는 ‘나의 아저씨’ 이선균의 연기를 좋아하고, 그의 재현적 예술성을 좋아한다. 그의 사생활에 관심 없다. 예술가가 성직자처럼 살아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선균 고양이가 쥐를 잘 잡는 데 더 관심이 있다. 알고 싶지 않은 한 배우의 TMI(그것까지 알고 싶지 않아)로 유튜버와 하물며 공중파 방송이 전 국민을 파파라치로 만들었다. 마침내 훌륭한 예술가를 숨도 쉴 수 없는 코너로 몰았다. 언론도 유튜버도 이용자도 저널리즘의 가치로부터 과잉되었다. 이선균이 ‘기생충’에서 한 대사처럼 “선을 넘었다”. 선을 넘는 사회는 공포사회이다.

최근에 야당 대표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 구체적인 사건 개요를 따라가기 두렵다. ‘극단적 혐오’로 야기된 자기확증적 살기(殺氣)의 근원을 분석하는 것도 공포이다. 2차 대전의 홀로코스트(Holocaust, 1933-1945)의 근간인 유대인을 향한 증오와 편견을 보는 것 같았다. 나치 이데올로기의 기본교리이자 세계관의 기초였던 반유대주의는 유대인을 절멸하고자 하였다. 그 절멸의 야만성은 출세주의, 두려움, 탐욕, 이기심과 무의미한 정치이념에서 나타났다. 이러한 야만성이 유튜브 세상으로 다시 재생되는 것이 무섭다.

사회에선 교단에서도 정치적인 언사를 말할 수 없다. 하물며 저널리즘 수업에서 현상 비평을 할 수도 없다. 드라마 비평에서 시대정신을 말하는 것도 두렵다. 자기검열의 시대가 되었다. 사분오열되어 중심이 해체되었다는 두려움과 함께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지금이야 말로 언론은 정명의 횃불을 들고 사회적 통합을 위한 담론을 설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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