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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성공, 예산이 판가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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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성공, 예산이 판가름 한다
  • 홍성신문
  • 승인 2024.01.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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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면 주민자치회가 2024년 자치계획을 세우기 위한 주민총회가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해는 금마, 갈산, 서부, 은하면을 마지막으로 11개 읍·면 모두에 자치회가 설립됐다. 홍성 주민자치의 원년으로 삼을 만하다. 더욱이 자치회가 주민투표로 직접 결정한 지역의제의 면면이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금마면 주민은 가장 중요한 의제로 ‘공동 빨래터’ 운영을 선정했다. 노인세대를 위해 가정에서 하기 힘든 이불 빨래와 건조가 가능한 시설을 지역별로 운영하자는 계획이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세대에는 자원봉사자가 지원된다.

홍성읍은 전통문화 체험형 고추장 만들기로 정했다. 식생활의 변화로 사 먹을 수밖에 없는 고추장을 직접 만들며,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이다. 구항면은 교통약자 지원 사업인 ‘천원·효도 택시’ 운영을 꼽았다. 지역의 큰 그림을 그리는 의제도 눈에 띈다. 장곡의 걷기 좋은 마을길 만들기, 광천의 아름다운 광천 만들기, 서부의 음식물 쓰레기 문제 해소 사업, 홍동면의 생활쓰레기 처리 사업 등이다.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한 의제들이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과 ‘지방자치법’에 따라 제정된 ‘홍성군 주민자치회 및 주민자치센터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는 주민자치회가 총회에서 결정된 의제를 세부계획을 포함한 자치계획안을 수립해 군수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받은 군수는 검토 결과와 이행계획 등을 자치회에 통보하고, 자치계획이 실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협력과 지원을 해야 한다.

이는 결국 주민이 직접 세운 자치계획의 실행 여부가 주민이 아닌 행정에 결정권이 있음을 의미한다. 칼자루는 행정이 쥐고 있다는 얘기이다. 조례에 언급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조항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의무가 아닌 ‘할 수 있다’로 명시한 것이 반증이다.

헌법도 바꾸겠다고 하는데 관련법이나 조례는 고치면 된다. 다만 홍성군이 주민이 스스로 세운 지역의제를 그 어떤 정책이나 사업보다 우선해 예산을 배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말기를 당부한다. 기실 이번에 제시된 지역의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이 주민의 생활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행정이 몰랐거나 알고도 하지 못하는 행정을 주민 스스로 해보자고 합심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훼방 놓을 심산이 아니라면 전폭적인 지지가 마땅하다.

더불어 자치회는 주민총회의 또 다른 권한이며 기능인 읍·면 행정사무에 대한 의견 제시, 읍·면에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편성안, 지역 현안과 민관 협력 등의 보고와 결정 등에도 좀 더 신경 써 주기 바란다. 홍성군도 자치회가 주민자치의 주역으로 바로 설 수 있도록 지원을 아까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의 참여이다. 자치회의 활동력은 물론 주민총회 참여율 또한 미약하다. 201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1~4년의 경험이 전부이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처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홍성에서 대한민국 주민자치의 모범을 만들어 내지 말라는 법 없다. 주민이 세운 지역의제의 실천으로 더불어 잘사는 홍성 만들기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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