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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떠올리게 하는 집밥 같은 맥주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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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떠올리게 하는 집밥 같은 맥주 만들다
  • 신혜지 기자
  • 승인 2023.11.27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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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브루 남경숙·이연진 부부

“저희 맥주는 열심히 운동한 날, 열심히 일을 하고 지쳤을 때 갈증과 노곤함을 풀기 좋은 맥주입니다. 다음 날 숙취가 없어 상쾌한 아침을 보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에요.”

세 종류 수제맥주 직접 개발

맥주 애호가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홍동면 구정리에 위치한 ‘이히브루’ 맥주 양조장이다. 지난 7월 5일 문을 연 ‘이히브루’는 독일어로 ‘나’라는 뜻의 ‘이히(lch)’와 ‘브루(brew)’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남경숙(44), 이연진(49) 부부가 직접 발효부터 숙성, 제조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귀농 15년 차를 맞은 이 부부는 맥주를 좋아해 자신이 지은 곡식으로 집밥 맛 같은 맥주를 만들 수 없을까 고민하다가 독일 베를린에서 맥주 공부를 하고 온 이웃의 가르침으로 맥주 공부를 시작했다. 그렇게 ‘비온뒤’, ‘어스름’, ‘별숲’이라는 세 종류의 수제 맥주를 개발해 냈다. ‘비온뒤’는 부부가 운영하는 풀풀농장에서 직접 농사지은 토종쌀 조동지를 넣어 만들었다. 부드럽고 깔끔한 맛이 비 온 뒤 맑아진 하늘을 떠올리게 해 ‘비온뒤’라고 이름을 지었다. 쌀과 맥아, 정제수, 홉, 이산화탄소를 넣어 만든 에일 맥주다. 남경숙 씨는 “‘비온뒤’는 라거와 비슷한 에일 맥주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청량한 느낌이 난다. 깔끔하고 목 넘김이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어스름’ 역시 ‘비온뒤’와 같은 에일 맥주다. 어스름해질 무렵,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곁에 둘 수 있는 깊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정제수, 맥아, 홉, 액상효모, 이산화탄소를 넣어 만들어진다. ‘별숲’은 윗비어 종류의 맥주다. 윗비어는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호가든과 비슷한 맥주 스타일이다. 스펠트밀과 유자 껍질, 캐모마일, 고수 씨앗을 넣어 달콤하고 상큼한 향이 좋다. 흰빛의 맥주 색깔이 마치 밤하늘을 가득 채운 수 많은 별을 보는 듯해 ‘별숲’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맥주의 라벨 역시 흔히 밭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볼 수 있는 두더지, 개구리, 참새가 그려져 있어 친숙함을 준다. 발효 2주, 숙성 일주일을 거치고 한 달에 두 번 양조 작업을 거치고 있어 생산량은 한 달에 2000병 정도 된다.

현재 이히브루의 맥주는 양조장에서도 직접 구매가 가능하며, 풀무학교생협 자연의 선물가게와 동네마실방 뜰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서울에도 납품처가 있어 홍성이 아닌 곳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농사와 같이 맥주도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소비되고 순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병 수거와 재사용의 적극 실천을 권장하고 있다. 남경숙 씨는 “저희가 농사를 지을 때도 자연농이라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환경에 해를 덜 입히고 순환되는 농사를 짓기 위함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맥주를 만들고 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까지도 책임을 지고 싶었다. 납품처들에 저희가 맥주를 납품하러 가면서 공병을 다시 재수거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저희의 생각에 공감하는 가게들에 납품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진 씨는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시고 있어서 공병 수거율이 높은 편이다. 한 달에 2000병을 생산하는데, 이중 3분의 1 정도 되는 양을 수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히브루에서는 '비온뒤', '어스름', 별숲' 세 종류의 수제 맥주를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이히브루는 한 달에 2000병의 수제 맥주를 생산하고 있다.

홍성 특산품 활용해 맥주 만들고파

올해 처음으로 양조장 문을 열었다 보니 아직까지는 우여곡절이 많다. 풀풀농장을 함께 운영하다 보니 정신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히브루 양조장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양조 과정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보니 삶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다. 남경숙 씨는 “농사를 짓고 있다 보니 농산물 꾸러미 박스를 매달 두 번씩 보내드리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맥주 생산, 홍보 그리고 공병 세척까지 하다 보니 일과 쉼이 어떻게 조화가 될지 고민하는 게 올해 숙제”라고 말했다.

어려움도 많지만 이히브루를 설명하는 부부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히브루가 지역의 작은 가게로서 마을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바람이다. 홍성군의 특산품인 딸기, 복숭아 등을 활용해 새로운 맥주를 개발해 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양조장 역시 볏단의 일종으로 지은 흙집의 일종인데, 나중에는 이 공간에서 채취한 콩으로 맥주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남경숙 씨는 “이히브루 양조장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어떻게 변하는지, 맥주를 드시러 오시는 분들이 이 주변의 벼가 얼마나 익었는지 볼 수 있고, 맥주의 재료들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를 직접 볼 수 있는 시골 양조장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이히브루의 양조 과정이 궁금하거나 구매를 원하는 사람, 이히브루의 판매를 원하는 사람은 전화(070-8028-2996)로 문의하면 된다. 인스타그램(@ich.brew)에서 양조장 운영 정보 등을 받아 볼 수 있다.

홍동면 구정리에 위치한 이히브루를 방문하면 주변 농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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