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말하는 힘이 가져온 값진 인생…세계한국어 웅변대회 대통령상
상태바
말하는 힘이 가져온 값진 인생…세계한국어 웅변대회 대통령상
  • 김영찬 기자
  • 승인 2023.09.04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편사범 한국동화구연아버지회 회장
편사범 회장에게 이번 국제한국어 웅변대회 대통령상 수상은  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편사범 회장에게 이번 국제한국어 웅변대회 대통령상 수상은 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출향인 편사범 한국동화구연 아버지회(이하 아버지회) 회장이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27회 세계한국어 웅변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대회에는 전 세계 19개국에서 48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외국인이지만 문법부터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배웠기에 한국어를 한국 사람보다 더 잘했다.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외국인에게 진다는 건 한국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편 회장은 1년이라는 시간을 꼬박 투자하는 노력으로 경쟁자들을 이겨냈다.

말 못 하던 소심한 아이

편 회장이 처음부터 말하는 데 재능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을 더듬는 언어구사에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편 회장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말더듬은 더욱 심해졌다. 주변에서 편 회장의 말투를 흉내 내고 놀리기까지 하면서 편 회장은 점점 더 내성적으로 변해갔다. 결국에는 학교를 다닐 수 없어 1학기 만에 학교를 쉬게 된다. 힘든 상황에서 편 회장을 일으켜 세워준 것은 큰 형인 편기범 국제스피치학회 회장이다. 편 회장과 달리 편 회장은 외향적이고 항상 자신감이 넘쳤다. 웅변대회에서도 곧잘 우승하곤 했던 형은 편 회장을 데리고 다니면서 발성연습을 도와주고 웅변도 가르쳤다.

인생의 지침이 된 큰 형

편 회장의 인생은 형을 따라 다니면서 서서히 바뀌었다. 오죽하면 1학년 때 급우였던 사람들이 편 회장이 웅변으로 대통령상을 받았다고 하면 기적이라고 할 정도다. 편 회장에게 큰 형은 말하기 스승이면서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형제자매들을 부양한 아버지 같은 존재다. 편 회장은 1980년 대학을 졸업한 후 아무런 고민 없이 형님이 운영하는 스피치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에게 한국 최고의 스피치 강사인 형의 길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아이들에게 말하기를 지도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평생의 업으로 삼고 있다. 이번 세계한국어 웅변대회에서 우승한 것도 큰 도움을 받았다. 대회에 출전을 권유하고, 대회 연습부터 원고 작성까지 편 회장을 이끌어 준 것도 큰 형이다.

형과 함께 평생 실천한 나눔

편 회장은 형이 설립한 너른내장학회에도 함께 한다. 어려운 시절에도 나눔을 실천한 형의 길을 따르고 있다. 사실 나눔의 출발은 편 회장의 부모님 대에서 시작됐다. 광천에서 종묘상을 했던 부모님의 가게에는 음식점처럼 큰 가마솥을 두고 국수나 국밥 등을 끓여 가게를 찾는 손님들을 대접했다. 많이 사든 적게 사든 식사를 대접했기 때문에 편 씨네 씨앗집하면 광천에서 유명했다고 한다. 부모님이 이렇게 식사를 대접한 것은 받은 만큼 베푼다는 것을 자식들에게 몸소 보여준 것이다. 장학회라고 하지만 외부의 도움은 일절 받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의 수입으로만 장학금을 지급한다. 남의 것을 받아 전달하는 것은 단순히 심부름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번 것을 나눈다는 순수함이다.

편사범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아버지들이 결성한 한국동화구연 아버지회는 3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편사범
편사범 회장과 뜻을 함께하는 아버지들이 결성한 한국동화구연 아버지회는 30년 넘게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제공=편사범

자녀 위한 동화읽기에서 출발한 아버지회

편 회장은 슬하의 두 자녀를 위해 항상 동화를 읽어주었다. 특히 어렸을 때 몸이 아파 병원을 입원하곤 했던 딸을 위해 열심히 동화를 자주 읽어 주었다. 편 회장은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성대모사와 인물묘사를 성우처럼 했다. 1991년 아이들의 권유에 따라 전국 동화구연 아버지 대회에 나가 우승을 거머쥔다. 이때 입상한 사람들이 좋은 일을 해보자는 뜻을 모아 시작한 것이 한국동화구연 아버지회다. 아버지회는 정회원 24명, 준회원 870명이 회원으로 있으며 대회 입상자를 자격 조건으로 한다. 아버지회는 회원들은 순수한 재능기부만 하며 모든 비용은 편 회장이 부담한다. 이들은 동화구연 뿐만 아니라 코메디, 콩트, 모노드라마, 연극, 뮤지컬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구성원들 모두 단순한 봉사활동이 아닌 감동을 주자는 각오로 프로의식으로 임하고 있다.

편사범 회장의 세계한국어 웅변대회 대통령상 수상식 모습. 웅변 주제로 이산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제공 = 편사범
편사범 회장의 세계한국어 웅변대회 대통령상 수상식 모습. 웅변 주제로 이산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사진제공 = 편사범

온 가족 함께 한 동화 봉사

편 회장만 언변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편 회장의 가족들도 모두 말하기를 잘한다. 편 회장에게 자극받은 아내는 말하기 대회에 나가 법무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고 이를 계기로 방정환 선생이 만든 어린이단체 색동회의 부회장까지 역임했다. 자녀들도 아버지를 따라 말하기 대회에 도전해 첫째 아들은 문화부장관 대상, 둘째 딸은 보건복지부장관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가족들은 편 회장의 봉사활동도 함께 하며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주로 양로원이나 보육원, 소아암병동을 찾아 가족동화구현을 많이 했다. 아들은 아버지 역할을, 아내와 딸은 남자 역할을 하는 등 역할에 변화를 주어 아이들이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했다.

편사범 회장에게 대통령상 수상은 끝이 아니다. 앞으로 지난 인생보다 더 열심히 사는 재출발점이다. 사진제공=편사범
편사범 회장에게 대통령상 수상은 끝이 아니다. 앞으로 지난 인생보다 더 열심히 사는 재출발점이다. 사진제공=편사범

온라인 통해 K-동화 널리 알리고파

편 회장은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가장 좋은 것은 위인전이나 동화 등을 많이 접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 숙제 때문에 쳇바퀴 속에서 산다. 편 회장은 이것을 교육이 아닌 사육이라고 비유했다. 편 회장의 스피치 학원을 찾는 아이들 중에는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아는 것은 많은데 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부모와 대화하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언어능력을 길러야 하는데 이런 것이 결여되어 아이들에게 문제가 생긴다. 편 회장은 한국의 동화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이 목표다.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콘텐츠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 교육에 기여함은 물론 다음 한류붐은 K-동화로 이루어 내고 싶다.

편 회장은 자신이 정말 값진 인생을 살았다고 자부한다. 자신이 살아온 것은 나누고 베푸는 활동이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 인생에 대해 100% 만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99.9% 만족을 느끼고 나머지 0.1%를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사는 것. 편 회장이 끝까지 지켜나갈 자신과의 약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