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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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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절미와 정
  • 임경미 독자
  • 승인 2023.12.22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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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돈가스, 짜장면, 김밥, 붕어빵…. 이 세상에는 맛있는 먹거리가 참 많아요. 그러나 우리 엄마는 이 맛있는 걸 하나도 못 드셔요. 기름지거나 밀가루 음식을 드시면 금방 체하는 등 소화를 못시켜 며칠을 고생 하신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엄마가 인절미를 드신다는 거예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출근 전에 인절미가 있는 시내 떡집으로 향합니다. 사실 좀 귀찮기는 하지만 갓 만든 부드러운 떡을 엄마에게 사 드린다는 게 발걸음이 가벼워요. 한꺼번에 많이 사서 냉장고에 넣어 둘 수도 있지만 그날 그날 만든 것과 비교를 할 수 있을까요.

떡집에는 알록달록 모양 이쁘고 맛나 보이는 떡들이 많이 있어요. 그치만 원픽으로! 걸어서 갈 때도 있고 도로에 차 시동을 켠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가요. 그러다보니 떡집 내외분들과 얘기 나눌 틈이 거의 없답니다. 어서 오세요! 인절미 주세요! 안녕히 계세요!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는 후다닥. 다음에 떡 살 때도 똑같이, 어서 오세요! 인절미 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계세요 !! 걸음 총총총.

벌써 수개월이 되어 가도록 그분들을 뵙는 거지만 사적인 대화는 거의 없답니다. 언젠가 왜 인절미만 사가냐 물으시길래, 엄마가 다른 떡은 소화를 못 시킨다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런데 때로는 사장님부부가 너무 무뚝뚝 하시다라는 생각을요. 가벼운 인사말이라도 조금씩 건네시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답니다. 그 집 떡이 워낙 맛있고, 깔끔하고, 신뢰가 가는 분들이지만 너무 말씀들이 없는 편이어 냉정하고 정이 없다라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요즘 엄마가 두세 달을 소화를 못하시어 고생을 하셨어요. 그 바람에 평소 좋아하셨던 인절미도 생각이 없다하셔 떡집에도 안 갔답니다. 엊그제는 엄마 몸 상태가 나아지신 거 같아 떡집으로 갔어요. 그런데 밖에서 보니 진열대에 사려는 인절미가 없더라구요.

좀 실망하며 그냥 지나치려는데 잠깐만요! 잠깐만요! 하며 안에서 저를 부르는 소리가 났어요. 가게 안에 계셨던 내외분이 지나가는 저를 보자마자 급하게요. 왜 안 보였나구요? 어머니 건강 어떠시냐구요? 안 와서 많이 궁금하셨대요. 아마도 친정엄마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 같아 걱정을 많이 하셨다며 갑자기 폭풍 질문을 하시네요. 양손에는 뽀얀 찰떡에 노란색 콩고물 묻히는 인절미 작업을 하시면서요.

어쩜…. 평소에 무뚝뚝하신 분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 마음 속은 이렇게 쫀득쫀득 말랑거리고, 정 있다는 생각에 큰 감동을요. 엄마의 안부를 물으시는데 정말 감사했습니다. 오늘 진열대에도 아직 올려놓지 않은 갓 만든 따끈따끈한 인절미를 기분 좋게 샀어요.

그런 생각이요. 그래, 이렇게 좋으신 분들, 정 있는 분들을 자주 뵈려면 울 엄마가 건강해야 된다구요. 엄마! 엄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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